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CEO 재직시의 원전 수주 경험을 토대로 적극적 지원에 나서 역전승을 일궈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프랑스 아레바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자 이 대통령은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핵심 참모에게 "(질 것 같아) 잠이 안 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달 6일쯤 유명환 외교부장관이 UAE를 방문했을 당시 사실상 거절 통보를 받았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 이 대통령은 바로 UAE의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UAE가 매장된 석유가 고갈된 후의 경제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 대통령은 "30~50년의 긴 시간을 갖고 형제국 같은 관계로 협력할 준비가 돼있으니 설명할 시간을 달라"고 운을 뗐다.
처음에는 UAE도 적극적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 후 두 번째 전화 통화에서 "그럼 전문가를 보내서 설명해달라. 5주 가량 결과 발표를 미루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대통령은 바로 특사단을 급파한 뒤 10여일 후 세 번째 전화 통화를 했다. 이 대통령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려면 형제국 같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도 "50년, 100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장기적 관점의 협력 방안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때쯤 특사단은 UAE 관계자들을 만나 경제 분야의 협력과 기술이전 등에 관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었다.
이어 세 차례의 추가 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긴 장래를 보고 진심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석유 고갈 이후 상황을 겨냥한 경제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결국 모하메드 왕세자가 18일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전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될 것임을 사실상 통보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번에 함께 일하면서 한국을 알게 됐다"면서 "한국의 원전 수주는 신의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감성적이면서 치밀한 접근법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1980년대 월성 1,2호기 건설 당시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 사장을 지냈다. 또 고리 3,4호기와 영광 1,2,3,4호기 건설 당시에도 각각 현대건설 CEO를 지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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