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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상 소설집 '새들이 서 있다'/ '잡초같은 삶' 그래도 희망은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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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상 소설집 '새들이 서 있다'/ '잡초같은 삶' 그래도 희망은 숨 쉰다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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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상(43ㆍ사진)씨의 첫 소설집 <새들이 서 있다> (문학과지성사 발행)에는 세상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산다. 승진 심사에 번번히 탈락하는 40대 여성 직장인('네게'), 재계약을 앞두고 전전긍긍하는 지역 케이블방송국의 계약직 직원('일렬로 행진해'), 고철 값이 폭락하자 사업장을 잃고 트럭 한 대를 몰아 먼 지방도시로 고철을 주우러 원정을 떠나는 남녀('쇠붙이들') 등이 그들이다. 표제작은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딸이 화자다.

신문의 사회면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지만 일상인들은 그들의 고통에 쉽게 공감하기힘들다. "입이 없는 그들에게 입을 달아주는 일이 나의 소설"이라는 말대로 박씨는 그들의 내면 속으로 들어간다. 처참하게 내면이 파괴되었을 것 같은 근친상간 피해자에게도 삶을 버텨나가는 의지가 있음을 주목하고, 내일이 오면 자리가 없어질지 모르는 계약직 사원도 지하철 벽에 낙서를 하는 상상을 하며 잔혹한 현실을 견딘다는 사실을 공감하는 식이다. 비루하고 우울한 현실을 환상적인 기법으로 돌파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이라며 "망가진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치유하고 세상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후 10여년 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답답한 공무원 생활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박씨는 표제작으로 2006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나는 386세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젊은 세대들과는 현실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온라인 네트워크의 개인성과 집단성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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