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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에듀 파파'의 새해 기대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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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참석하는 모임이 있다. 대부분 초ㆍ중ㆍ고생 자녀를 둔 맞벌이 아빠다. 전문직ㆍ고소득자들이 많고 교육비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교육 정책에도 할 말이 많다. 이 아빠들의 자녀교육 분담 수준은 상상 이상이다. 가끔 숙제를 돕는 정도로는 명함 내밀기가 창피하다. 강남의 어떤 학원, 강사가 유명한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어떤 아빠는 입시ㆍ교육 제도를 줄줄 꿴다. 입시 설명회에 적극 참석하는 아빠도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아빠가 그 복잡한 대학입시 제도를 100% 숙지하고 있는 점이다.

'에듀 파파'(edu-papa)의 출현은 자녀교육 부담을 아내와 공평하게 나눠 진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도 모자라 아빠까지 거드는 현실이 버거울 수 있다. 정교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자녀의 학업을 그르치거나 학습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사교육 시장에 '바지 바람'이 불면 어떻게 될까. 징조는 조금씩 현상이 돼 가고 있다.

교육개혁 정책 쏟아진 한 해

이 '에듀 파파'들은 정부 정책을 잘 믿지 않는다. 학원 심야교습 제한, 외고 개편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이들은 말했다. "그래도 사교육은 살아남는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자식이 1점이라도 더 받아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되길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다. 외국어고를 아무리 쥐어짜도 자율고, 자립고, 국제고 등이 있는 한, 또 일반고의 일류대 진학률이 특목고의 그것을 압도하지 않는 한 대학 진학에 유리한 학교에 자식을 보내려는 것이 부모 심정이다. 사교육 시장이 그런 심리를 놓칠 리 없다.

사교육의 심각성을 모르는 에듀 파파는 없다. 다만 현실이 그들을 가만 두지 않을 뿐이다. "이 일이 신나고 좋아서 하는 사람 누가 있겠냐"는 한 아빠의 말은 에듀 파파와 모든 엄마의 심경이다. 연말 모임에서 "과외 금지 시절, 선생님한테 맞아가며 공부하던 때가 훨씬 나았다"는 말이 공감을 얻었다.

'취중 토크'끝에 에듀 파파들의 의견은 늘 그렇듯'공교육 살리기'에 모아졌다. 믿을 수 있는 학교 교육, 능력과 열정을 갖춘 교사, 학교 교육만으로 충분한 입시 제도,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정부 정책, 그리고 학부모들의 지지와 신뢰. 그런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통하고 결합해야 공교육에 희망의 싹이 트고, 사교육 광풍도 잦아 들것이라는데 모두 동의했다. 그러다 한 아빠가 툭 내뱉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그게 가능할까."

올 한 해는 교육 뉴스가 참 많았다.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개부터 학원 심야교습 금지, 학교별 수능성적 공개, 외고 입시 개편, 학교 교과목 줄이기 등 굵직한 이슈들이 쉼 없이 쏟아졌다. 압권은 '자율과 경쟁'이라는 MB표 교육 노선과 사교육비 절감으로 대표되는 서민 정책의 결합이다. 다분히 이질적인 두 정책 노선의 결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효과는 "글쎄"다. 외과 수술이 필요한 공교육에는 해열제만 주고, 때릴 수록 내성이 생기는 사교육에는 몽둥이를 들었다.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큰 학교와 입시 제도 변화로 병만 더 깊어졌다. 외고 개편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다. 고질적인 '교육병'에 호전 기미가 보일 리 없다.

공교육 살리기 의지 느끼게

정부는 내년 교육정책 기조도 '공교육 내실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으로 잡았다. 항상 하는 소리지만, 방향은 맞다. 문제는 '어떻게 공교육의 살을 찌울 것인가'이다. 먼저 공교육이 앓고 있는 병을 모두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수술의 우선 순위와 방법을 정해야 한다. 교육 주체들의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지속적이고도 전폭적인 지원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내년 이 맘 때쯤, 에듀 파파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

"뻔한 말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괜찮았어요. 공교육 살리기 의지가 느껴져요, 의지가."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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