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 동원된 한국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유족들에게 1인당 99엔(1,280원)의 후생연금 탈퇴 수당을 지급키로 한 데 대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시민단체들이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4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양금덕(81)ㆍ김성주(81)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해방 64년 만에 지급하는 99엔은 또 한번 피해자를 농락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는 개인청구권 소멸의 근거로 삼고 있는 한일협정 문서를 즉각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강제 동원돼 미쓰비시공업에서 1년 넘게 일했던 양 할머니는 일본대사관을 향해 "내 청춘을 돌려 달라 이 도둑놈들아"라며 바닥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통곡했다. 그는 "일본에 끌려가 온갖 수모를 당하며 일했는데 99엔이 웬 말이냐"며 "인생을 망가뜨려놓고 사죄 한 마디 안 하는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악덕한 놈들"이라며 울부짖었다.
김 할머니도 "일본에서 일하다 절단기에 손가락 잘리고 월급 한 번 못 받았다"며 "아직도 우리 국민을 식민지 노예로 아는 일본 정부가 과연 양심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징용을 당해 2년간 신일본제철에서 노역에 시달렸던 여운택(88) 할아버지는 "2004년 후생연금으로 받은 316엔도 필요 없다"며 받았던 돈을 대사관을 향해 던진 뒤 "1997년부터 이 문제가 나왔는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의 억울함을 묵인해왔다"며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일본에서 한ㆍ일협정 문서 공개 소송을 맡은 최봉태 변호사는 "일본이 우리의 끈질긴 투쟁으로 후생연금을 지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99엔은 터무니 없다. 그 동안의 물가 상승을 고려해 현실적인 금액을 주고 미불임금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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