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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동조와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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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동조와 이견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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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버드대 로스쿨의 캐스 선스타인 교수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쓴 <넛지(nudge)> 는 올해 경제ㆍ경영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여름 휴가 때 읽고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정의한다. 인간은 오류나 편견 탓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쉽고, 이는 정부나 기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 관리자들은 과도한 간여나 간섭 대신 경제주체가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다.

▦ 선스타인 교수의 새 책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가 지난달 출간됐다. 사회적 이견(異見)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으로, 인간이 항상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고 본 <넛지> 와 일맥 상통한다. 저자는 의견의 동조나 쏠림 현상이 집단 편향성을 낳을 위험을 각종 실험을 통해 입증한다. 예컨대 다양한 투자클럽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이 구성한 투자클럽이 최악의 성적을 냈다. 정서적 유대로 연결된 집단에선 동료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다수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고, 논쟁 없이 모든 일을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탓이다.

▦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극단으로 치닫곤 한다." 피고인에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 시민들을 모아 토론을 시키면 개인들이 선호한 평균값보다 훨씬 엄격한 평결이 나온다. 집단 편향성은 판사들에게서도 발견된다. 공화당 성향을 지닌 판사로만 이뤄진 재판부는 보수적 신념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린다. 여기에 민주당 판사가 한 명 끼면 보수색채는 다소 약해지고, 두 명의 민주당 판사와 배석한 공화당 판사는 오히려 민주당원처럼 진보적인 판결을 내린다. 개인은 다수의 견해를 거스르는 행동을 꺼리기 때문이다.

▦ MB 정부는 중도실용을 바탕으로 한 통합을 줄곧 외쳤지만, 4대강 사업 등의 밀어붙이기로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더욱 키웠다. 지식인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을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율곡 이이는 "제왕이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외척과 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하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갖가지 '방기곡경'을 자행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를 꼭 읽어보고 참모들에게도 추천했으면 좋겠다. "사회나 조직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건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결론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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