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희 지음/ 우리교육 발행ㆍ264쪽ㆍ1만3,000원
경제가 모든 다른 가치를 압도하는 경제지상주의 시대, 우리는 무한경쟁에 지쳐가면서도 승자들에게 눈길을 주고 부러워한다.
그러나 사실 경쟁에서는 뒤졌을지 몰라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더 쉽게 마주친다. 다만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을 뿐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들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명명하며, 그들의 삶에 대한 보고서를 쓴다.
시, 소설, 르포 작가인 저자 박영희씨는 재개발지역 주민, 노점상, 신용불량자, 탈북자, 공고 학생, 장애인, 청소부 등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전한다.
대구에서 만난 윤유복씨는 손수레를 밀며 생활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한다. 30년 이상 매일 새벽까지 일하고 있는데, 그는 지금도 새벽길을 달리는 거리의 차량을 무서워한다. 쓰레기와 전쟁하는 그에게는 라면 한 그릇, 소주 한 잔이 곧 피로회복제다.
전북대 미대에 재학중인 이진희씨는 하루 4시간 공부하고 6시간 일한다. 자꾸만 인상되는 등록금 때문에 공부보다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한다. 학비 마련을 위해 휴학까지 해야 했다. 치솟는 등록금에 그는 지쳐만 간다.
공고에 다니는 덕찬군은 대학에 갈지 말지를 고민 중이다. 공고 졸업자와 대학 졸업자에 대한 처우의 차이가 얼마나 큰 줄 최근에야 알았다.
공고 등 전문계고 학생은 열에 아홉 집안이 어렵다. 그래서 진학보다 취업이 시급하지만 자신의 졸업장으로는 연애도, 결혼도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탈북자 재영씨는 북에 남은 가족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런 그를 한국의 직장 동료들은 틈만 나면 괴롭혔다. 말투도 표정도 다르고 일이 더딘 그에게 시비를 걸었다.
새 직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철야 작업이 잦은 곳이다. 밤새 그들과 같이 일하다 보면 재영씨에게는 자신이 남한의 화려한 이면을 메우는 존재일 뿐이라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삶에서 우리 사회의 아픈 진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는 그것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그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한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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