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한국은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한승수 전 총리 및 한국전력 관계자들까지 각자 역할을 분담해 뛴 국가적 팀플레이를 통해 얻어낸 소중한 결과였다.
올해 초부터 본격 시작된 UAE 원전 수주전에서 참여 국가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우리 정부가 6월 UAE와 원자력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 일본이 UAE와 원자력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하면서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5월 UAE를 방문하는 등 정상 차원의 외교전도 전개됐다.
우리는 5월 1차 사업자 선정에서 일본의 도시바와 미쓰비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등을 제치고 프랑스 아레바, 미국 GE-일본 히타치 컨소시엄 등과 함께 최종 결선에 올랐다. 그러나 원전 수출 경험이 없는 한전 컨소시엄은 지난 달까지 프랑스에 밀렸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27일 브리핑에서 "원래 프랑스가 UAE와 밀접한 사이인데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UAE 방문으로 아레바로 쏠리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특히 지난 달 초에는 프랑스로 굳어졌다는 간접 통보마저 받았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이런 즈음 이 대통령이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원전뿐 아니라 정보통신 등 다른 분야의 경제협력도 지원하겠다"며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곧바로 한 전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을 UAE로 보내 설득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와 6차례 전화 통화를 했고, 별도의 친서를 보내기도 했다.
우리의 적극적 대응으로 이달 초부터 UAE 관계자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UAE측이 우리 관계자들을 페르시안만협력회의(GCCㆍ중동 6개국) 국가 수준으로 예우하기 시작했고, 지난 주 이 대통령에게 방문해 달라는 전갈을 보내왔다. 막판 뒤집기 승리였다. 프랑스가 핀란드에 짓는 원전의 완공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2년 가량 지연된 것도 상황을 반전시킨 요인이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UAE에 포스트 오일 시대의 인프라가 되는 원자력과 첨단정보통신 분야의 인력 양성을 우리가 제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UAE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협상 과정을 돌아보면서 "기술이 없어 힘겹고 설움 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당당하게 원전 수출국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수석은 "이 대통령은 기업인 시절 고리 원전 1,2호기를 건설하는 등 국내 원전의 60~70%를 직접 지었다"면서 "이런 경험과 지식에다 이 대통령의 진정성이 더해져 이번 작품이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아부다비=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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