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이 24일 창사 이래 가장 규모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뜻을 반영했다는 평가와 함께 40대 중ㆍ후반의 '젊은' 이사를 대거 발탁해 앞으로 '정의선 체제'로 연착륙하기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상 첫 여성 임원도 탄생했다.
현대ㆍ기아차 그룹은 이날 현대차 112명, 기아차 54명, 계열사 138명 등 304명 규모의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직급 별로는 ▦부회장 2명 ▦부사장 7명 ▦전무 29명 ▦상무 40명 ▦이사 96명 ▦이사대우 130명이다.
이번 사상 최대 승진 인사는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영업이익 3조원 돌파라는 높은 실적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짙다. 기존 경영진은 교체 폭을 최소화하는 대신 이사, 이사대우 층은 40대 중ㆍ후반으로 두텁게 했다.
부문 별로는 연구ㆍ개발(R&D)과 품질 부문이 40%, 마케팅 부문이 30%를 차지, 내년에 예상되는 글로벌 시장의 경쟁, 전기차 등 미래친환경차 개발 등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이다. 내년에도 공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기 위한 포석의 성격이 짙다. 현대차는 내년 판매 목표를 올해 연간 예상 판매량(450만~465만대) 대비 15% 증가한 530만대로 잡았다.
이번 승진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김용환, 정석수 사장의 부회장 승진. 김용환(53) 신임 현대차 부회장은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룹에서 기획조정실담당 사장을 지냈고 전략 수립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동국대 무역학과를 나와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으며, 1983년 그룹에 입사해 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 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 등 핵심 라인을 밟아왔다.
현대모비스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수직 상승한 정석수(57) 부회장은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세무 석사학위를 받은 그룹 내 재정통이다. 76년 입사해 현대정공 재정 담당(상무), 현대제철 관리영업담당(부사장), 현대캐피탈(부사장), 현대파워텍 대표이사 사장 등 그룹 내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현대모비스에서는 3명(김순화 앨라바마 법인장, 송창인 품질본부장, 김한수 구매당담)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향후 지주회사 체제에 대비해 핵심 계열사의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평가된다.
금녀의 벽이 깨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김화자 현대차 부장, 이미영 현대카드 부장 등 2명이 임원(이사대우)으로 승진했다. 특히 김 이사대우는 현대ㆍ기아차의 첫 여성 임원이 됐다. 그는 여성 최초로 지점장(여의도지점장)을 맡아 판매부문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거둔 점을 인정받았다. 현대차 직원 5만5,000여명 중 여성은 2,200명에 불과하다.
한편 이번 인사에 앞서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 김치웅 현대위아 부회장, 팽정국 현대차 사장, 이용훈 현대로템 사장 등 그룹 내 부회장 및 사장급 고위임원 4명이 지난주 옷을 벗었다.
현대ㆍ기아차그룹 측은 "각국 자동차 세제 지원이 종료되는 내년은 수요 급감으로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유연 경영 체제를 갖춰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형 기술을 확보하는 취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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