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시아 신흥국에 비해 한 발 늦게 세계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뛰어난 손재주를 무기로 틈새시장 개척에 성공, 고도성장을 누려온 베트남이 경제개방 이후 가장 혹독한 위기를 겪고 있다.
베트남은 1990년대 후반부터 가구 등 공예품과 특화된 의상 등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분야에 집중하며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시장 의존도가 너무 높아, 미국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 올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베트남은 1994년 미국이 무역제재 조치를 해제하기 전까지 농업위주의 자급자족 경제 상태였다. 90년대 후반들어 베트남의 경제개혁 정책 '도이모이'가 제 궤도에 오르면서 매년 7% 이상의 고속성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이 4.6%로 떨어져 1999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은 경제개혁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베트남 수출의 5분의1을 차지하는 미국시장의 몰락때문이다.
호치민시 근교에서 미국 수출용 가구제작업체를 운영하는 한 베트남 기업인은 "호치민 근교 업체 생산품의 25%가 미국으로 수출되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입업자가 생산시설을 늘리라고 요구할 정도로 호황이었으나, 갑자기 상황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가 정확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아 실업률이 얼마나 높은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세계은행 현지 관계자는 "공식 감원 발표는 없었지만 2008년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산업전반에서 실업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NYT에 전했다. 기업주들이 계약연장을 하지 않거나 퇴직금을 더 주는 방법으로 조용히 감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 경제전문가들은 베트남 경제에 대해 낙관적이다. 미 샌프란시코에 본부를 둔 아시아재단의 브루스 J. 토렌티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 정부가 첫 시련을 통해 큰 교훈을 얻고 있으며, 실용노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베트남도 곧바로 성장궤도에 다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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