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출신 미국 인권 운동가 로버트 박씨(28)씨가 성탄절인 25일 북한 인권상황을 개선하겠다며 무단으로 중국에서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 시민권자인 박씨의 석방문제를 둘러싸고 북미간 줄다리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이 법 절차에 따른 처벌 방침으로 나올 경우, 올 3월 발생한 미 여기자 월경 및 억류 사건처럼 장기화할 공산도 있다.
미 국무부 앤드루 래인 부대변인은 사건 발생 후 "미 정부는 미국민의 보호와 안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주한 미대사관 관계자도 "현재 그에 대한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북미간 석방 교섭에 대해선 본인이 자발적으로 북한에 들어가 논란의 여지가 적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북미간 대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기자 억류 때와는 달리 북미간 뉴욕 실무채널을 통해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앞서 박씨가 만든 북한인권 관련 단체 '자유와 생명 2009'의 서울 관계자는 박씨가 25일 단신으로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26일 밝혔다. 또 다른 서울 관계자는 25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박씨가 25일 새벽 5시 하느님의 말씀을 갖고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씨는 '저는 미국인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을 갖고 왔습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라고 외치며 두만강을 건넜다"고 전했다. 박씨는 북한 당국에 체포됐을 것으로 보이나 북한은 27일 현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입수한 영상자료에 따르면 박씨는 자신의 북한행은 자살 행위가 아니라며, 자신의 죽음을 통해 전 세계가 북한 현실에 주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 정부가 나를 구출하기 위해 대가를 치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