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과 수험생 수의 증가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 대학 입시였다. 유병화 비타에듀 평가이사는 2010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이 시작되기 직전 "주요 대학들은 하향 안전 지원과 소신 지원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위권 학생을 가려내는 기능을 하던 수리를 중심으로 수능이 전반적으로 쉬워진데다, 수험생 수도 작년에 비해 8만명 가량 늘어 정시 경쟁이 어느 해 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 내놓은 분석이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와 김영일 중앙학원 원장도 비슷한 예상을 했는데, 결국 맞아 떨어졌다.
22일 서울대를 시작으로 24일까지 전국 4년제 대학들이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서울대는 하향 안전 지원, 고려대와 연세대는 소신 지원 경향이 뚜렷했다.
일반전형 기준 경쟁률이 4.53대1을 기록한 서울대는 인기학과 대부분이 지난해에 비해 지원률이 낮았다. 경영대(3.68대1) 전기ㆍ컴퓨터공학부군(2.76대1) 의예과(4.41대1) 등 간판학과들은 지난해 보다 모두 경쟁률이 하락했다. 경쟁률이 상승한 곳은 국어교육과(6.86대1) 소비자아동학부(7.59대1) 등 합격선이 다소 낮은 학과였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능이 쉬워 상위권 학생들이 많아졌는데도 서울대 평균 경쟁률이 떨어진 것은 수험생들이 하향 안전 지원을 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서울대와 달리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서강대 등은 경쟁률이 뛰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수능 동점자 수 증가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해 서울대 보다는 연세대와 고려대에 소신 지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이 과정에서 눈치작전도 극심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경영학과(4.19대1) 언론홍보영상학부(5.48대1) 등이, 고려대도 경영대학(4.93대1) 등의 인기학과 경쟁률이 특히 높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 전환으로 법대가 없어지면서 지난해 새로 생긴 자유전공학부는 올해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대(인문기준)는 지난해 5.93대1에서 올해는 4.89대1로 떨어졌고, 연세대(4.88대1) 성균관대(5대1) 등도 하락했다.
반면 여러 장학금 혜택과 해외 진출 기회 보장 등을 내건 특성화 학과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5.8대1(나군),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은 가군 4.72대1, 나군 12.3대1,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는 가군 10.27대1, 나군 13.6대1,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5.22대(나군) 등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김진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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