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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준법지원인制,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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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준법지원인制, 의미 없다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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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회의원들이 최근 상장 회사에 대해 준법지원인 제도의 도입을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상장회사는 상법 시행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변호사 등 자격을 갖춘 '준법지원인(Compliance Officer)'을 반드시 둬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업들의 준법 경영과 내부 통제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법안을 발의한 취지다. 이를 위해 서울변호사협회는 이 제도의 타당성을 검토한 용역보고서도 발표했다.

기업이 적절한 내부 통제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또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기업의 내부통제 장치도 결국 기업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어야 그 존재 의의가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자동차 브레이크가 멈추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잘 달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에 따라 현재 많은 기업들은 누가 시키기 전에 이미 필요한 내부 통제 장치를 구축하고 있다. 법률 위반을 막기 법무부서를 두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나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자율준수 프로그램(CPㆍCompliance Program)'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윤리경영 전담부서를 두고 내부 임직원의 윤리 감독뿐만 아니라 각종 기부활동 등을 포함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 기업들의 실상이다.

사실 현재 준법감시를 위해 활용 가능한 제도는 충분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시제도가 겹겹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상법은 기업 스스로 준법감시를 하라고 감사(監事) 또는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식회사는 법률에 의해 외부감사에 의한 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각종 공시를 하도록 하고 있고, 주주총회, 소수주주, 이사회,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 등에 의해서도 필요한 감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에 관한 법안에 따르면 준법지원인의 주요 업무는 법규 준수 감독 및 윤리경영 실천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 기업들이 이미 운영하고 있는 법무부서나 윤리부서 등의 업무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 전혀 없다. 또한 현행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제도와도 완전히 중복된다. 오히려 준법감시인의 업무범위는 업무감사와 회계감사까지 수행하는 현행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제도보다 훨씬 좁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과연 준법지원인 제도의 도입이 기업에 어떠한 도움이 될 것인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히려 변호사 등 고급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득 없이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 한두 명 더 채용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이 되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제도가 들어오면 그에 따른 지원부서도 만들어야 하고 내부 시스템도 다 바꿔야 한다.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특히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필수인력인 생산이나 영업 인력도 충분히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도입하면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자동차에 브레이크를 더 추가한다고 해서 자동차 성능이 더 좋아진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없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동 법안은 철회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만일 위 보고서가 주장하듯 준법지원인 제도가 정말 기업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업의 자율에 맡겨도 충분할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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