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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누가 대한민국을 개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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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누가 대한민국을 개혁하나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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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리병원,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허용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와 의견 대립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부쩍 경제부처와 사회부처의 충돌이 잦아진 듯하다. 이번 일은 전반적인 국정개혁 추진체계와 관련하여 좋은 시사점을 준다.

기획재정부는 경제에 묶이고

개혁이란 잘못된 질서를 바꾸는 일이므로 이익집단의 기득권을 침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익집단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관련 부처에 개혁의 문제점을 설명한다. 거의 모든 부처는 이익집단과 긴밀한 연계를 가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농민단체, 보건복지가족부의 약사회와 의사회,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의 각종 산업협회가 그 예다. 이익집단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각 부처는 청와대에 개혁이 불가한 이유를 설명한다.

청와대는 부처의 반대논리에 대항하기 위해 교수 등 전문가들을 동원한다. 그러나 교수들의 현실 이해는 소관 부처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간혹 현실에 정통한 교수도 있으나 해당 부처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그 부처와의 대결에 부담을 느낀다. 다시 말해 전문성과 중립성을 겸비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이렇게 부처의 반대논리 제압이 어려울 경우 청와대는 개혁 추진에 자신이 없어진다. 공연히 개혁을 추진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추진세력이 책임을 진다는 걱정도 들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개혁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므로 적당히 덮어 두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점에 청와대는 위안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나게 된다.

그렇다면 청와대를 도와 개혁을 선도할 수 있는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그룹은 없는가? 정부에는 타 부처에 대한 기획ㆍ예산, 조직ㆍ인사, 조정ㆍ평가, 감사 등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있는데 바로 이들이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이들은 타 부처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으며 이익집단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 중립성도 확보하고 있다. 이 중 개혁추진 주체로 가장 적합한 것은 기획ㆍ예산 기능이다. 예산은 타 부처 업무를 이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며 개혁을 실행에 옮기는 수단이기도 하다. 또 기획은 미래지향적, 종합적 시야를 키워준다. 김대중 정부가 기획예산위원회(후에 기획예산처)를 두고 정부 개혁을 주도하는 힘을 부여한 것은 이런 점에서 일리가 있었다.

과거 경제 우선기에는 경제기획원이 기획ㆍ예산과 경제정책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경제논리로 예산도 편성하고 사회정책까지도 조정했다. 그러나 이젠 경제성장도 여러 국정목표 중 하나일 뿐, 경제논리만을 앞세우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기획ㆍ예산 기능은 경제정책의 일부가 아니라 중앙 관리기능으로서 종합적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기획ㆍ예산 기능은 2년 전 재경부와의 통합으로 다시 경제부처의 범주로 돌아갔다. 지금은 미국의 관리예산처(OMB)처럼 기획ㆍ예산 기능을 경제부처로부터 해방시켜야 할 때이다. 그래야 폭 넓은 국정개혁을 하는 데에 기획ㆍ예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경제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개혁은 따를 수 없다는 사회부처의 논리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주도해야 할 기획ㆍ예산 기능이 경제에서 독립돼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통합한 지 2년 만에 다시 기획재정부를 나눌 수는 없는 일이다. 잠정 대안으로 먼저 국무총리실의 적극적인 역할 강화를 생각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의지가 없어 보이고

그러나 대통령제 하의 총리실은 타 부처의 논리를 뒤집을 역량을 갖추기 쉽지 않았다. 청와대의 강력한 위임 없이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결국 대안은 청와대로 귀결된다. 기획재정부 출범 후 경제 범주를 넘어서는 개혁의 추진력은 모두 청와대로 귀결되는 구조가 되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세종시와 지방선거 문제로 개혁을 유보한 것 같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경제에 묶여 있고 총리실은 힘이 없고 청와대는 의지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과연 누가 이 나라의 개혁을 책임질 것인가?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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