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중 둘은 갑작스런 집안일과 가벼운 몸살 증세로 빠지고 일곱 명이 모였다. 지난 가을에도 셋이 빠졌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함께 모이는 일이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만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수다도 떨었다. 매번 그랬듯 이번 모임의 연락책도 소설가 김별아였다. 여덟이나 되는 이들의 시간을 다 살피고 제각각인 집까지의 거리도 조절해서 식당을 잡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모임은 느닷없는 김별아의 메시지 한 통에서 시작된다. 눈이 오기 전에 만나자거나 올해가 가기 전에 만나자는 긴 컬러메일이 도착한다. 글자 크기가 작다. 문제는 선배들의 나이가 쉰이 가까워오면서 즉각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돋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귀가할 때까지 그 답이 유보된다. 겨우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더라도 답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역시 돋보기 때문이다. 답답한 나머지 선배 몇은 글자가 큰 휴대폰으로 바꾸었다.
전철 안에서 문자를 보내던 선배 하나, 뭔가 이상하더란다. 돌아보니 뒤에 선 이들이 선배가 보내고 있는 문자를 보고 있더라고. 왜 남의 문자를 훔쳐보느냐고 따질 수도 없었다. 멀리서도 다 보일 만큼 너무도 큰 글씨였기 때문이다. 모인 일곱도 중간에 한 명이 아파 일어서고 둘은 연말에 겹친 약속 장소로 떠나고 달랑 넷이 남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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