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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피의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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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피의 일요일'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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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개혁파 성직자인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 타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27일 최고조에 달했다. 21일 타계한 몬타제리의 애도 기간이 끝나는 시점과 시아파 이슬람의 최대 종교행사인 아슈라가 맞물린 이날 경찰이 무력으로 시위 해산에 나서 유혈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자라스 등 이란 개혁성향 웹사이트들은 이날 시위대를 저지하는 경찰의 발포로 최소 4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이 중에는 야당 지도자 미르 후세인 무사비의 조카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이날 경찰 저지를 뚫고 테헤란으로 합류, 수 천명으로 불어났으며 경찰은 해산을 위해 경고사격 후 발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최정예 군조직인 혁명수비대와 민병대까지 투입, 테헤란으로 통하는 도로와 엥겔라브 등 시 중심부를 봉쇄했지만 시민들의 집결을 막지 못했다. 시위 격화 및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시위참가자 상당수가 부상했으며 테헤란 중심부에서는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AFP 통신이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몬타제리의 고향인 나자파바드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경찰이 총을 겨누며 시위대를 무력 저지, '이란이 피의 일요일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날 테헤란에 집결한 시민들은 도시 곳곳에서 "독재 정권에 죽음을", "피의 달에 바시지(친정부 민병대)는 쓰러질 것" 등의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졌다. 시위대는 "하메네이가 야지드가 되었다"며 하메네이 타도를 외치기도 했다. 야지드는 시아파 성인 후세인 이븐 알리를 참수한 수니파 칼리프로 시아파 사이에서는 경멸적인 이름을 상징한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를 모욕하는 건 금기로 인식돼 왔으나 지난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하메네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 '학생의 날' 대규모 시위에서 학생들이 그의 사진을 불태우기도 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성불가침의 권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슬람 혁명 이래로 30년간 신정(神政)체제를 유지해온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군대와 경찰, 법원 등 핵심 권력기관을 장악하는 등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지난 6월 이란 대통령 부정선거 규탄 시위현장에서 숨진 여대생 네다를 외치면서 아마디네자드 정권을 비난했다.

현재 이란은 외국 언론의 시위 취재를 금지하고 인터넷 속도를 늦추는 등 언론통제를 강화한 상태다. 아슈라 행사 연설을 위해 자마란 모스크로 향한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이 당국의 저지로 연설을 하지 못하자 성난 시민들이 반발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오르기도 했다.

채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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