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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 이대로는 안된다] <3> KBL의 일방통행식 밀실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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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 이대로는 안된다] <3> KBL의 일방통행식 밀실 행정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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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프로농구가 반환점을 돈 24일 현재, 4강권을 형성하고 있는 구단은 모두 지방구단(울산 모비스, 부산 KT, 원주 동부, 전주 KCC)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 중 우승팀이 나온다 해도 홈팬들은 우승장면을 경기장에서 보기 힘들다. 우승팀이 결정될 것이 유력한 챔피언결정전 5~7차전이 모두 서울에서 열리는 방안이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해당 구단들은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서울이 연고지인 삼성과 SK 역시 어이가 없는 눈치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아무런 협의 없이 철저한 밀실행정을 통해 안건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23일 안양 KT&G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관중을 많이 모으기 위해 꼭 그런 방법밖에 없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A구단 관계자 역시 "야구와 달리 농구에서는 3경기를 합쳐도 지방 체육관과 잠실의 관중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KBL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 같은 KBL의 행보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신인 드래프트에 해당 선수들의 참가를 막겠다는 발표를 했다가 대학농구연맹과 농구팬들의 거센 질타에 시달렸다. 올시즌 개막 전에는 구단들과 상의 없이 모든 공식 경기구에 총재의 사인을 슬그머니 새겨 넣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빚었다.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KBL의 '기행'은 결국 비정상적인 의사결정 방식에서 비롯된다. B구단 관계자는 "KBL 내의 특정세력이 농구발전과는 무관한 이벤트성 안건을 주도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들과 사전협의 없이 은밀하게 안건을 발의하고, 농구에 문외한인 총재의 승인을 받아 '좋은 게 좋다'식의 이사회를 거쳐 최종 결정에 이르는 식이다.

KBL 이사회를 경험한 C구단 전 단장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안건이 올라와도 표결할 때만 되면 '대승적'이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단장직과 회사 업무를 겸직하는 단장들이 농구에 무지하다는 점도 교묘하게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KBL의 의사결정 방식이 농구계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사회에 앞서 각 구단 실무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감독 회의와 사무국장 회의의 협의사안을 최종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자본과 조직을 갖추고 있는 KBL인 만큼 아마 농구인들의 의견도 폭넓게 감싸 안아야 한다. KBL이 '밀실행정', '일방통행'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한국농구 발전을 위한 열린 초석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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