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 증시의 최대 주인공은 전기ㆍ전자(IT) 업종이었다. 현대ㆍ기아차와 부품업체의 약진에 힘입어 운수장비 업종도 강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상승률로만 따지면 IT부문이 월등하게 앞서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24일까지 IT 업종 지수는 85.2%나 상승, 등락률 기준으로 주요 업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자동차가 포함된 운수장비(67.8%)와 철강ㆍ금속(65.7%), 금융(61.1%), 화학(52.5%) 등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9.6%)보다 높았다. 반면 통신업은 9.8% 하락해 유일하게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전기가스(5.45%)와 운수창고(15.7%), 음식료(19.1%) 등도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외국인 순매수도 단연 IT가 주도했다. 연중 전체 외국인 순매수(32조1,500억원) 가운데 30%가 넘는 9조1,000억원이 IT부문에 몰린 반면, 운수장비로의 유입은 3조8,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국내 IT 기업들이 환율 효과와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올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들 종목을 집중 매수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IT가 증시를 주도하는 국면은 언제까지 전개될까. 대부분 전문가들은 2009년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IT로 대표되는 기존 주도주의 흐름은 여전히 양호하며, 이 부문에 대한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새해를 맞이 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한금융투자 이선엽 연구원도 "외국인의 집중 구애를 받고 있는 IT 부문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낙관적 전망의 근거는 ▦글로벌 IT 업종의 약진 ▦주가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이익 ▦ 외국인의 매수여력 등이다. 실제로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세계 100대 IT 기업 중 13개(2008년 기준ㆍ한국 5개)가 포진한 대만 증시도 IT 강세에 힘입어 연중 고점을 넘어섰다. 전세계 IT 부품의 80%를 공급하는 대만 기업의 강세는 글로벌 IT 호황이 계속될 것을 뜻하며, 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올들어 80% 이상 올랐는데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5배에 불과, 최근 5년 기준으로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인 것도 낙관 전망의 또다른 이유다. 동양종금증권 원 연구원은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와 중국의 내수확대 정책에 따른 수혜로 내년에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며 "일본(PER 25배 내외)이나 대만(15배 내외)과 비교할 경우 투자매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의 최대 유동성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이 IT 부문에 대한 매수 여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추가 상승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최근 IT섹터의 외국인 지분율은 37%로 추정되는데, 이는 과거 고점(2004년 4월ㆍ5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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