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지난 주말 지방자치단체에 공개적으로 경고를 했다. 정부의 문화관광축제 지정을 앞두고 정당한 경로를 통하지 않고 청탁하는 지자체에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축제 숫자를 57개에서 44개로, 예산은 75억 원에서 64억 원으로 줄이기로 하자 지역출신 의원 등을 통한 지자체의 청탁이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지자체들이 벌이는 지역축제는 1년에 무려 1,178개나 된다. 대부분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살린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축제와는 거리가 멀다. 영화제가 성공하니까 우리도 영화제를 열자는 식이다.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나 경북 예천의 곤충축제, 강원 화천의 산천어축제처럼 독창성을 살려 문화관광상품으로도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같은 역사 인물이나 특산물 등을 소재로 한 축제가 전국 서너 곳에서 동시에 열리는 일도 흔하다. 축제의 구성과 내용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전문성 없는 기획사에 맡기다 보니 지역의 성격이나 전통, 역사, 생활과 상관 없이 비슷비슷하다. 알맹이 없이 겉만 화려하게 꾸미기 일쑤이고, 축제 마당 곳곳은 흥청망청 노래하고 먹고 놀자 판이 된다. 지역 주민을 위하고 지역의 문화를 알리는 축제가 아니라, 자치단체장들의 업적 과시나 홍보용 행사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엉터리 축제에 더 이상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백 번 옳다. 정치권의 입김이 아닌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를 거쳐 정부지원 축제를 엄선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무분별한 지역축제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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