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조원의 황금 어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일 뿐 아니라 국가간 총력전에서도 당당하게 승리, 세계 6대 원전 수출 강국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27일 우리나라가 아랍에리미트연합(UAE)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하게 된 데 대한 원자력 업계의 총평이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원전 수출국이 되며, 2030년까지 1,200조원으로 추산되는 원전 플랜트 수출 시장의 당당한 주역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고 원전 경쟁력 입증
이번 원전 수출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력이 사실상 세계 최고임이 입증됐다는 데 있다. 이번 수주전에 우리나라는 한전 컨소시엄을 앞 세워 현재 원전 수출 최강자인 프랑스의 아레바는 물론 미국 GE와 일본 히타치의 연합군과 경쟁, 최후의 승자가 됐다.
국제공개경쟁 입찰에서 결국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가장 우수함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는 이용률은 세계 최고이고, 정지 건수는 가장 낮으며, 수명은 긴데 건설비는 최저인 우리 원전의 강점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 가동 시간을 뜻하는 원전 이용률의 경우 우리나라는 93.3%(2008년 기준ㆍ출처 뉴클레오닉스위크)로 미국의 89.9%, 프랑스의 76.1%, 일본의 59.2%에 비해 크게 높다.
갑작스런 고장으로 인한 발전 정지 시간 등을 의미하는 발전 손실률도 우린 0.8%로 세계 평균인 4.4%에 비해 낮다. 건설단가도 우리나라가 ㎾당 2,300달러 수준인 데 비해 프랑스와 일본은 2,900달러, 미국은 3,500달러에 달한다.
국가적 총력전, 국력의 총아
원전 플랜트 수출은 국가 대항전 성격이 강한 사업이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 갖고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정치ㆍ군사ㆍ외교적 협상과 영향력의 최종 결과물이란 점에서 한마디로 국력의 총아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국 정상들이 직접 해당 국가를 방문, 총력전을 펴는 것이 보통이다. 한전을 비롯 한수원,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삼성건설, 한전기술 등의 헌신적 노력도 빼 놓을 수 없지만 역시 결정적이었던 것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들이 수주전에 발 벗고 나선 점이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술과 풍부한 운영 경험, 낮은 건설비용에도 불구하고 수출 실적(레코드)이 없다는 이유로 원전 수주전에서 매번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젠 수출 실적까지 갖춘 만큼 앞으로 원전 수출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원전 기자재나 설계용역 등을 일부 수출한 적은 있지만 원전 플랜트 건설과 운영, 연료공급, 폐기물처리에 이르는 일체를 수출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쏘나타 200만대 수출 효과
이번 UAE 원전 사업 수주로 인한 직접 수출 효과는 200억달러다. 이는 현대 쏘나타를 100만대, 또는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을 180척 수출하는 것과 같은 규모이다.
그러나 이러한 직접 수출 효과 뿐 아니라 앞으로 60년간 원전 연료비와 운영, 정비에서 모두 200억달러의 후속 수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이번 UAE 원전 수출은 쏘나타를 200만대 수출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또 고용 창출 효과는 연인원 11만명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고유가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이 각광을 받으며 최근 원전 시장은 급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각국의 원전 건설 계획 등을 종합하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30기의 원전이 신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1기당 계약액을 3조원으로만 잡아도 1,200조원이 넘는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전 세계가 원자력 발전을 외면할 때 우리나라에선 지속적인 원전 건설과 운영을 통해 꾸준히 실력을 키워 온 만큼 이젠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에 이어 원전 플랜트 수출이 우리의 달러 박스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사진=아부다비=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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