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니얼 J 레비틴 지음ㆍ장호연 옮김/ 마티 발행ㆍ396쪽ㆍ1만8,500원
음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음악은 온갖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즐거운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슬픈 음악은 슬픔을 위로한다.
공통의 적에 맞서는 투쟁의 노래는 연대의식을 북돋는다. 세레나데는 유혹의 기술로 꽤 쓸모가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의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음악의 가치나 기능, 기원에 대한 연구는 음악학뿐 아니라 미학, 인류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꾸준히 있었다. 최근에는 신경과학자들도 나서서 음악과 뇌의 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신경과학이 음악을 다루는 것은 감정이란 것이 뇌의 복잡한 신경화학적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이면서 음반 프로듀서, 음악가이기도 한 대니얼 J 레비틴(캐나다 맥길대 심리학과 교수)은 음악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의 하나라고 보고, 음악과 진화, 뇌의 관계를 연구해 왔다.
전작 <뇌의 왈츠> 에서 '음악적 뇌'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제시한 그는 <호모 무지쿠스> (원제 'The World in Six Songs')에서 음악이 인간의 본성과 문화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려고 한다. 호모> 뇌의>
음악과 뇌의 진화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가사가 있는 노래를 중심으로 음악의 기능을 살펴보는 것이다. 책은 프롤로그 격인 제1장에 이어 우애의 노래, 기쁨의 노래, 위로의 노래, 지식의 노래, 종교의 노래, 사랑의 노래로 각 장을 나누고 있다.
예컨대 여럿이 공동작업을 하면서 부르는 노동요, 1960~70년대 미국 청년세대에 유행한 저항가요 등은 집단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우애의 노래다. 노래로 전승되는 민담이나 전설 등 지식의 노래는 기억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처럼 다양한 음악의 기능을 진화의 역사와 연결해 보면, 인간이 음악적 뇌를 갖게 된 것은 음악을 유용하게 쓴 초기 인류가 번식과 생존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리하여 "노래(음악)는 우리 사고의 일부이자 우리의 뇌의 배선구조의 일부"가 됐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학술적 관심에서 출발하지만, 전혀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다. 치밀한 이론보다는 느슨한 추론으로 주로 설명한다.
많은 음악가들을 인터뷰한 내용과 지은이 자신, 가족, 친구들의 극히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본문에 등장하는 수백 곡의 음악도 이 책의 홈페이지(www.sixsongs.net)에서 짧게나마 들을 수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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