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태국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에서 우리나라로 출발하는 진에어 항공기(B737-800)내. 예약이 갑자기 취소된 한 자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만석(180석)이었다. 취항 초기이고 회항기인데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했던 탑승률(80% )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 24일 저녁 이스타항공 항공기가 인천에서 말레이시아 쿠칭을 향해 하늘로 치솟았다. 정기 항공편은 아니지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저가 항공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이스타항공은 이달 30일(일본 고치)과 내달 중순(삿포르)에도 잇따라 전세기를 띄울 방침이다.
하늘 길 전쟁이 뜨겁다. 과거 격전이 헤비급 선수들의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경량급 저가 항공사들의 격전장으로 변했다. '착한'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는 저가 항공사들이 시장 잠식에 나선 것이다.
가격 앞에선 '장사 없다'
21일 첫 국제선을 띄운 진에어의 인천-방콕 왕복요금은 37만원(공항이용료ㆍ유류할증료 제외). 대형항공사 요금(50만원 초반)에 견줘 20% 이상 싸다. 올 4월 같은 노선을 띄운 제주항공 요금도 마찬가지.
미리 예약하면 요금을 많이 깎아주는 최저요금제를 택하면 요금은 19만원(전체 좌석의 5~10%)까지 떨어진다. 해외 저가항공사 요금도 파격적이다.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는 싱가포르-방콕 노선을 통상 가격의 4분의1 수준인 45달러에, 싱가포르~페낭(말레이시아)은 28달러에 팔기도 한다.
저가 항공사가 요금을 낮출 수 이유는 비용 절감덕분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동시에 항공기종을 단일화하고 꼭 필요한 서비스만 손님에게 제공한다.
예컨대 진에어는 방콕 노선에 기내식으로 햄버거와 샐러드 정도만 제공하고, 주류는 원하는 승객에게 판매한다. 그렇다고 서비스 질이 나쁜 건 아니다. 정훈식 진에어 운항총괄본부장은 "고객들이 대형 항공사보다 더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낮은 요금은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애경 계열 저가 항공사인 제주항공의 인천-방콕 노선 평균 탑승률(4~9월 기준)은 90.2%로, 아시아나항공(70.8%)과 대한항공(62.5%)보다 월등히 높다. 21일 첫 취항한 진에어 탑승률은 100%에 가깝다.
노선 확대 경쟁 뜨겁다
때문에 저가 항공사의 노선 확보 경쟁은 치열하다. 진에어는 내년 방콕 노선을 매일 2회로 늘리는 한편, 치앙마이와 푸켓 등에도 발을 들여놓는다. 김재건 진에어 대표는"내년 6, 7곳에 국제선을 새로 띄워 국제 항공사로 발돋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올 3월 오사카와 기타큐슈 취항을 시작으로 4월(인천-방콕), 11월(김포-오사카)에 이어 내년 3월 김포-나고야 노선을 매일 운항할 예정이다. 아시아나 계열인 에어부산은 내년 상반기 부산-후쿠오카ㆍ오사카 취항을 확정했다. 군산에 기반을 둔 이스타항공은 24일 첫 부정기 국제선 취항을 시작으로 정기 항공편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 항공사들도 격전지에 뛰어들고있다. 에어아시아는'이제는 누구나 날 수 있다'(Now Everyone Can Fly)란 슬로건 아래 마일리지 적립 등 기본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저가 정책을 펴고 있다. 호주 콴타스항공 계열 제트스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 등도 차별화 전략으로 고객을 모으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경우, 저가항공기 전용 터미널(LCT)을 완공하는 등 정책적으로 뒷받침도 하고 있다. 우리도 김포공항을 LCT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있으나 급성장하는 저가 항공시장을 따라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항공업계는"국내 저가 항공사를 육성하지 않으면, 어차피 외국 저가 항공사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업계와 소비자 모두를 위해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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