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의 핵 감축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차세대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24일 러시아 국영 3개 방송사가 공동 주관한 생방송 토론회에 출연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핵 억지력 유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미사일과 발사수단을 포함한 전략 방어 무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은 앞으로 10년 내에 현대적 장비로 완전 재무장해야 한다"면서 "돈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강한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 토론회 몇시간 전에도 전략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국과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에 관해서 "의견이 거의 근접했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1991년 체결, 12월 초 만료된 START-1 협정을 대신할 후속협정 초안의 양해 각서에 서명한 상태다. 각서에 따르면 7년 안에 양국은 핵탄두를 1,500~1,675개,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발사수단도 500~1,100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러시아의 이번 핵무기 개발 선언은 수개월간 핵감축 협상을 벌여온 미국과 최종 타결 전에 무기 개발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로운 협정이 러시아의 무기 개발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다. 결국 미러 양국이 낡은 핵무기 감축에 합의해도 첨단 핵무기 개발은 계속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거세질 수 밖에 없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구상이 "올바른 목표지만 점진적어야 한다"며 다른 핵무장 국가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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