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무서웠지만 엄마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해 내가 조금 아프더라도 골수를 나눠주기로 마음 먹었어요." 7살 여자 어린이가 급성 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 골수를 기증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수원 매화초등학교 1학년 조현아(7)양.
현아는 성탄절을 코앞에 둔 지난 23일과 24일, 2차례에 걸쳐 경기 수원시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에서 골수 채취 시술을 받았다.
시술을 담당한 혈액내과 김정아 교수는 "의학적으로는 어린 나이라도 골수기증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어른들도 선뜻 나서지 않는 골수이식 시술을 초교 1학년생이 결정해 의료진들이 모두 놀랐다"고 전했다. 골수 이식이 끝난 후 현아는 "엄마를 위한 일인데요 뭐…"라며 별 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답했다.
현아의 어머니 임경란(35)씨가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6월29일. 이후 현아네 가족과 의료진은 임씨에게 맞는 골수를 찾기 위해 형제자매는 물론, 대한적십자사 등 관련 기관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치하는 골수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마지막 희망은 하나뿐인 딸 현아로부터 골수를 이식 받는 방법 뿐. 부모와 자녀는 정확히 골수가 일치하지 않아도 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모자식간 골수이식 성공률은 60% 정도다.
가족들은 조심스럽게 현아에게 상황을 이야기했고 현아는 "아픈 엄마가 나을 수만 있다면 내가 조금 아파도 좋다"며 골수 이식에 동의했다.
나이가 어려 한 번 시술로 얻을 수 있는 골수 양이 적었기에 2번이나 시술을 해야 했다. 현아는 그러나 단 한 번의 눈물도 보이지 않은 채 그 괴로운 과정을 꿋꿋이 견뎌냈다. 현아의 골수는 곧 어머니에게 이식됐고 현재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김 교수는 "이식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현아는 앞으로 3주는 지나야 일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고, 경란씨는 앞으로 합병증 여부를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한다"며 "무척 어려운 결정을 한 현아가 앞으로 더욱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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