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가 소관 상임위 여당 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주도록 임직원을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공은 최근 팀장급 이상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국회의원 정치후원금 모금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으며, 부서별로 대상 의원까지 선정해 소개했다.
이메일은 "1년에 10만원 이내에서 정치후원금을 내면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연말정산에서 전액을 환급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의원 1인 당 후원금 한도액인 1억5,000만원을 넘을 경우 연락을 주면 다른 방법을 마련하겠다"고도 알렸다. 이런 내용으로 보아 정치후원금 납부를 문의하는 임직원에게 안내 메일을 보낸 것일 뿐이라는 수공 측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도 우리 공사에서 정치후원금 모금에 참여하려 한다"는 내용은 후원금 독려가 연례행사처럼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개인의 정치후원금 출연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가 되므로 부담도 없다. 사회단체나 기업이 대상 의원을 특정하지 않은 채 출연 운동을 편다면 문제이기는커녕 깨끗한 정치에 기여할 수 있어 오히려 장려할 만하다. 대상 의원을 특정해도 동창회나 향우회 등의 주도라면 강제성이나 이해 관련성이 없어 문제가 될 리 없다.
그러나 기업, 그것도 공기업이 이해 관련성이 뚜렷한 의원에게 후원금을 몰아주려 한다면 로비와 구별하기 어렵다. 실정법상 위법성을 찾기 어렵더라도 법과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행위로서 도의적 비난을 면할 길 없다. 더욱이 공기업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감안하면 안내나 설명, 권유도 실제로는 지시로 통하기 십상이다. 개인적으로 후원할 의원이 있더라도 조세환급 혜택 없이 따로 후원금을 떼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수공의 행위는 기본권인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한 셈이기도 하다.
수공의 정치적 무감각도 놀랍다. 안 그래도 야당이 수공 이자 보전액을 포함한 4대강 예산을 문제 삼아 예산안 심의에 불응하는 마당에 야당의 의심과 반발을 더욱 키웠다. 이 또한 공기업으로서 더욱 확고해야 할 윤리의식의 근간이 흔들린 데서 빚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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