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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짚 라인 (Zip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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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짚 라인 (Zip Line)

입력
2009.12.2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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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서 날아봤어? 으아아~ 옆에 날아가는 새도 보인다

걷기, 뛰기, 자전거나 오토바이 타기. 산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다.

이젠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야겠다. 짚 라인. 금속 와이어에 연결된 도르레(트롤리)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날면서 산을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쒜에에엑.'

와이어와 트롤리가 만들어 내는 금속성 마찰음조차 상쾌하다. 별로 힘이 들지 않기 때문에 숲은 더 가깝게 다가온다.

도끼로 찍어낸 듯 기암괴석이 만들어 낸 절벽과 계곡, 쇠등처럼 굽이굽이 늘어선 능선들이 두 눈 가득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슈퍼맨도 하늘을 날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22일 기자는 짚 라인 체험을 위해 경북 문경시 불정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를 벗어나 국도3호선으로 10여 ㎞를 달려 도착한 곳.

휴양림 입구에서 '짚 라인 문경' 간판을 내건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탑승 동의서에 주소, 이름, 체중, 심장병 유무 등을 적어 낸 뒤 장비를 착용했다.

특이한 것은 하네스. 허리와 양쪽 허벅지를 잡아 주는 일반 암벽등반용 하네스에 엉덩이 받침과 어깨 끈이 달린 형태다. 강동준 가이드팀장은 "거꾸로 매달려도 벗겨지지 않게 특수 제작한 하네스"라고 설명했다.

짐칸 양쪽에 다섯 명씩 마주보고 앉을 수 있게 개조한 1톤 화물트럭을 타고 10분 정도 산길을 올랐다. 태백에서 갈라져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으로 뻗어 나온 소백산맥 줄기답게 산세가 비범했다. 우뚝한 봉우리들이 강원 산골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역시 첫경험은 떨렸다. 20여 개의 계단을 올라 출발 데크 꼭대기에 섰다. 125m 전방에 보이는 도착 데크가 엄지손톱만큼 작아 보였다. 도착 데크까지 가는 것은 고사하고 네댓 걸음 길이의 데크 끝까지 발을 뗄 수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강 팀장이 와이어에 트롤리를 걸고, 하네스를 연결하는 랜야드와 보조 안전선을 트롤리 구멍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달음박질 쳐 공중으로 떠났다.

이제 기자가 뛸 차례. 기자의 망설임을 알아챈 듯 출발을 도와 주던 가이드가 "뛰세요"라고 소리치면서 사정 없이 기자를 밀어냈다. 발바닥을 받쳐 주던 믿음직한 데크가 끝나고 허공에 떴다.

무엇을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는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 랜야드를 부여잡았다. 고개를 돌려 경치를 즐길 마음의 여유 따윈 없었다. 10여 초 만에 도착. 첫경험은 싱겁게 끝났다.

산길을 10여 m 내려가자 2코스 출발 데크가 보였다. 숲길을 따라 126m를 질주하는 코스. 앞선 코스에서 의도하지 않게 360도 맴을 돌면서 우아하지 않은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멋지게 해 보자는 의욕이 일었다.

몸을 회전시키려면 트롤리와 랜야드를 연결하는 삼각형 모양의 금속 고리를 비틀면 된다. 고리를 왼쪽으로 비틀면 몸이 오른쪽으로 천천히 회전한다.

'갑빠(가슴 근육)가 있지. 군대도 다녀온 남자이지 않은가'라며 자기 최면을 걸었다. 목소리를 낮게 깔고 가이드에게 "알아서 뛸 테니 밀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열심히 뛰었다.

이번 코스는 지면에서 20m 정도 높이여서 계곡을 가르는 전 코스보다 덜 무서웠다. 공중에서 한두 바퀴 돌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몸 방향을 조절하는 것도 익힐 수 있었다. 다음 코스는 정말 멋지게 타리라.

3코스는 지상 46m 높이로 166m를 날면서 불정산의 경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다. 출발과 도착 데크와의 고도차는 20여 m로 총 9개 코스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출발. 지면과의 이별은 이제 익숙했다.

오른쪽을 보면 산 정상,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산기슭이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가슴속까지 시원했다. 의도하지 않게 공중에서 맴을 돌지도 않았고, 다리를 올려 몸을 L자로 만들면서 착지까지 완벽했다.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 플립 점프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100점 만점에 99점 정도는 줘도 충분할 듯했다.

'별거 아니네'라는 자만심으로 어깨가 살짝 올라갔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4코스는 뒤로 탄단다. 데크가 어디서 끝나는지 도착 데크까지는 얼마나 남았는지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해 공포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눈은 호강했다. 강 팀장 말대로 앞으로 탈 때보다 넓은 시각으로 여유 있게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두 명이 서 있기도 비좁은 철제 사다리 위에 착지하는 5코스, 빽빽한 나무 사이로 날다람쥐처럼 비행하는 6코스, 나무 위로 낮게 날면서 숲을 감상할 수 있는 7코스 등 감탄사를 발할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코스를 숨가쁘게 소화해 냈다.

비행 중 두 손을 놓고 누워 하늘을 바라볼 만큼 두려움은 오간 곳 없이 사라졌다. 다만 탈 기회가 이제 두 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길이 201m의 8코스, 360m의 9코스를 타면서 모든 풍경을 두 눈에 담고 싶었다. 두려움이 없어지자 날아가는 새도 보였고, 고개를 돌릴 여유도 생겼다.

총 1.3㎞구간에 조성된 9개 코스는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잘 차려진 프랑스 요리처럼 오감을 충족시켰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요리는 배가 부르면 더 먹을 수 없지만 짚 라인은 9개 코스를 다 타고 내려오다가 또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불끈댄다는 것 정도랄까.

■ 안전한 금속 와이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요

짚 라인의 매력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체중 30~130㎏이면 혼자서 탈 수 있다. 혼자서 타기 겁난다면 각자의 장비를 와이어에 연결한 뒤 안고 탈 수도 있다. 두 명이 함께 탈 때도 체중 합계가 130㎏을 넘어서는 안 된다.

짚 라인을 탈 수 있는 곳이 2월 문을 연 '짚 라인 문경'(www.zipline.co.kr) 한 곳뿐인 것은 아쉽다. 정원규 짚라인코리아 대표는 "내년 중반 이후 서울 도봉산, 경남 남해군, 대전 등에 짚 라인 체험장을 열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혹시라도 와이어가 끊어져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안전하다. 금속 와이어의 최대 하중은 11.8톤. 가이드들이 매일 출근 직후 직접 타 보면서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매달 한 번씩 와이어를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손상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한다.

짚라인코리아는 미국ACCT(Association for Challenge Course Technology)의 정식 회원사로서 국제 안전 기준에 따라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출발과 도착 시 부상을 입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인원과는 상관없이 항상 가이드 두 명이 각각 출발 데크와 도착 데크에서 도움을 주기 때문에 안전사고 우려는 거의 없다. 특히 와이어 끝에는 충격 완화 장치가 있어 도착 시 충격도 거의 느낄 수 없다.

연인과 가족, 직장 동료 등을 위한 이벤트도 풍성해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다. 강동준 가이드팀장은 "무전기를 이용한 사랑 고백 이벤트, 비행 중 표적지에 다트를 던져 점수를 겨루는 팀 대항전, 공중에서 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며 "고객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짚 라인 문경은 총 9개 코스로 구성되며 시간은 2시간 안팎이다. 비용은 1인당 5만원. 1588_5219.

■ 짚 라인(Zip Line)

짚 라인은 코스타리카와 하와이 등 열대우림 지역 원주민들이 뱀, 벌레, 독성 식물들을 피해 큰 나무 사이에 연결된 로프를 타고 이동하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동 수단뿐 아니라 레포츠로서 호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역에 따라 플라잉 폭스(Flying Fox), 짚 와이어(Zip Wire), 티롤리언 크로싱(Tyrolean Crossing)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경=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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