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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제 이름은 야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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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제 이름은 야한입니다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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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의 시집이 인쇄되고 있었다

불교방송에서 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그에게

고가의 만년필을 선물하는 여승도 있다 했다

한 시인의 시집이 채 다 인쇄되기도 전에

시인보다 앞서 새 시집을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는 내가사라는 절입니다

시집 100권 주문합니다

주소 불러드릴게요

경남 밀양시 무인면 내집리 553

제 이름은 야한입니다

받는 사람에

야한 스님,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그로부터 스님과

몇 통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밀양 하면 다들 전도연으로 압니다만,

내가사는 여자가 머물기에 참 좋은 절이지요

한번 놀러오라 그리도 말씀하셨으나

여직 스님 떠올리면 야한이니

아직 갈 때가 아닌 듯해 나는 차일피일이다

● 얼마 전, 잘 다니는 동네 도서관에 때 아니게 하얀 눈이 가득하더군요. 인공 눈이었어요. 그 눈으로 뭘 하나, 지켜봤더니 조각가들이 눈 조각상을 만들더군요. 촛불 같은 것들이나 크리스마스 트리 등등. 제일 큰 조각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얼굴상. 꽤 큰 얼굴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비가 내렸죠. 어디 갈 일이 있어서 버스에 올라탔어요. 버스는 그 도서관 앞을 지나갔습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이젠 다 녹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좀 애잔하더라구요. 그런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비닐을 덮어쓰고 비를 피하고 있더군요. 꼭 갑작스런 비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모습이랄까. 예상과 다른 일들 덕분에 우린 웃을 수 있어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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