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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릴 잊지마세요" 애절한 용산의 성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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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릴 잊지마세요" 애절한 용산의 성탄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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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모두 행복해 하는 성탄절에 우리는 왜 이렇게 슬프기만 하나요. 만약 그 이가 살아 있었다면 성탄절에 좋은 밥은 아니라도 아이들과 밥 한끼는 했을 거예요. 이 행복을 누가 앗아갔나요 …."

성탄절인 25일 서울 한강로2가 남일당 옆 골목. 용산참사 희생자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47)씨는 북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골목길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눈물을 훔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용산참사 340일째인 이날 참사 현장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용산참사 희생자 유족들과 함께 성탄절 미사를 진행했다.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미사가 끝나기 직전 단상에 오른 권씨는 "희생자의 한을 풀지 못하고 주위 분들에게 받기만 한 1년이 지나간다"며 "용기 잃지 않고 살면서 갚겠다. 용산참사를 부디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500여명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힘내세요"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날 미사에는 천주교 신도와 시민들 외에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동영 의원(무소속) 부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송영길 의원(민주당) 등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골목길에는 의자 180개가 설치됐는데, 참석자들이 많아 대부분 선 채로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미사를 집전한 이강서 신부는 복음강론을 통해 "2,000년 전 성모 마리아가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은 것은 출산을 앞둔 임신부에게 누구도 방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갈 곳 없이 내쫓긴 용산 유가족은 바로 마구간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던 예수와 닮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은폐하는 수사기록 3,000쪽 공개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며 "수사기록 공개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데리고 인천에서 온 정정민(37)씨는 "멀다는 이유로 그동안 오지 못해 미안했다"면서 "우리 사회에 감싸줘야 할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걸 딸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오후 3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성탄절 예배를 가졌다. 오후 들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500여명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예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미사와 예배를 합쳐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아오자 유가족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불씨가 보인다며 고무된 분위기였다.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68)씨는 "비가 많이 오는데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줘 힘이 난다"며 "마치 하나님이 이곳으로 오신 것만 같다"고 말했다.

권명숙씨는 "여러 단체와 신도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줘서 겨울에도 잘 견디고 있다"면서 "지난 추석 정운찬 총리 방문 이후 정부에서 사람들이 몇 번 왔는데 '정부는 책임 없다'는 말만 반복해 이제는 아예 문밖에서 쫓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노회찬 대표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 총리와 서울시가 하루빨리 (사태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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