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인터넷 포털사이트 자살카페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연탄불을 피워 동반 자살한 20대 후반의 A씨.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행적과 심리상태는 어떠했을까.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무슨 얘기를 했으며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그에 대한 얘기를 극도로 기피하던 유가족들의 말과 경찰 수사기록 등을 통해 마지막 삶의 궤적이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A씨는 학창시절 대인관계의 어려움에서 온 고립감을 느꼈고, 카드 빚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 문제해결을 할 수 없자 같이 자살할 사람들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자살한 사람들의 사망 전 심리 상태 등을 재구성해 원인을 추정하는 '심리적 부검'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는 27일 "국내에서 발생한 15건의 자살 사례에 대해 심리적 부검을 실시한 결과 7건에 대해 구체적 동기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3월부터 급증하는 자살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우리나라에 맞는 맞춤형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심리적 부검'을 했다.
'심리적 부검'이란 자살 등 변사의 원인을 추정하기 위해 주변인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망자의 심리상태를 재구성해 원인을 추정하는 것으로 핀란드와 일본 등 일부 선진국들은 이미 이 제도를 통해 자살률을 낮추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
자살예방협회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일선 경찰서에서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연구진에게 의뢰하거나 정신보건센터에 직접 의뢰한 유가족 중 15건의 자살 사례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심리적 부검'에 대한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우선 A씨의 경우처럼 유가족과 직장 동료 등 주변인들의 대한 체계적인 질문 조사와 경찰 사건수사기록, 의무기록과 검시관의 진술 등을 토대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살자들의 심리적, 행동적 특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임정수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살에 대해 우리 사회가 생각했던 것보다 폐쇄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 자살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자살자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심리적 부검'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유가족 지원서비스가 가능한 부검 수행 기관의 지정과 조사원의 자격, 조사 시기(자살 사건 발생 후 3개월~1년) 등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물론 경찰과 응급의료진 등에 대한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자살시도자는 재시도 확률이 높은 만큼 응급진료 후 개별 사후관리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는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심리적 부검 및 자살시도자 사례관리서비스 구축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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