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의 가입금 사용처를 둘러싼 프로야구 각 구단의 분쟁이 사실상 해결된 데는 SK의 '대승적인' 양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지난 21일 긴급 이사간담회에서 히어로즈의 가입금(120억원) 가운데 LG 두산 SK 3개 구단에 27억원씩을 분배하는 대신 이들 3개 구단이 야구발전기금(약 7억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씩 양보하기로 했다'던 이사회의 결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SK의 손해가 가장 크다. 히어로즈에서 이미 15억원씩을 받은 LG와 두산은 7억원씩만 뱉어내면 되지만 당초 63억원의 권리를 주장했던 SK는 무려 43억원을 양보하는 셈이다.
지난 2000년 창단하면서 현대에 54억원을 주고 연고지를 양보했던 SK는 현대가 수원에 눌러앉은 바람에 은행이자까지 63억원을 받아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KBO와 나머지 7개 구단도 SK의 주장을 인정한다.
LG와 두산은 이사회의 방침에 따를 뜻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27억원씩은 받아야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7억원은 야구발전기금으로 내는 돈일 뿐, 서울 입성금 27억원의 일부를 떼어주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신영철 SK 사장은 이사회 직후부터 "다 받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권리에 대해서도 인정을 받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해 왔다. LG 두산이 여론에 밀려 '딱 한발' 후퇴하는 사이 SK는 '열 걸음' 뒤로 물러나며 10년 묵은 갈등을 봉합한 데 앞장선 셈이다.
기업 논리를 들어 프로야구의 질서를 어지럽힌 '만년 하위' LG의 이기주의와 프로야구 최강자다운 SK의 아량이 여실히 대조되는 대목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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