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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별 대행 에이전시' 이별 통보 대행 회사가 있다면… 독일형 칙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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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별 대행 에이전시' 이별 통보 대행 회사가 있다면… 독일형 칙릿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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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헤르츠 지음ㆍ김진아 옮김 / 문학세계사 발행ㆍ432쪽ㆍ1만3,000원

한때 사랑했던 상대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이별을 통보하는 일은, 사랑이 식은 많은 소심한 남녀들의 관심사다. 독일 작가 안네 헤르츠의 <이별 대행 에이전시> (원저 2008년 작)는 이별 통보를 대행해주는 회사는 없을까, 하는 엉뚱한 발상에서 출발한 소설이다.

'작은 위로'라는 이름의 이별 통보 대행회사를 세운 주인공은 보험회사 경리직원 출신의 율리아와 컨설팅회사의 꽃미남 컨설턴트 시몬. '불행한 커플들을 미래의 행복한 뉴 싱글로 만들겠다'는 회사의 설립 목표는 거창하지만 율리아조차 처음에는 성공을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율리아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애인이 바람을 피워 세 번이나 헤어졌지만 그 때마다 애걸복걸해 다시 만나줬다는 여성,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였으나 그 사이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갈 궁리를 하는 여성 등 각양각색의 남녀들이 이 회사를 찾는다. 회사는 성장하고 율리아도 자신감을 찾아가지만 시몬과의 사이를 의심하는 율리아의 동거남 파울의 근심이 커지면서, 율리아와 파울의 관계도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날 파울의 사진을 내밀며 율리아를 찾아온 한 여성으로 인해 산산조각 난다. 그 순간 율리아는 사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란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것은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아니며,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

사랑의 심연까지 들여다보지는 못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사랑과 이별의 의미에 대해 한번쯤 곱씹어 보도록 하는, 독일형 칙릿이다.

2006년 <포춘 쿠키> 라는 작품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안네 헤르츠는, 놀랍게도 자매인 인 프라우케 쇼이네만(40)과 비프케 로렌츠(37)가 공동으로 사용한 필명이었다. 언론의 관심이 커지자 두 사람은 정체를 드러냈는데 언니와 동생이 사실적인 부분과 로맨틱한 부분을 각각 집필한다고 한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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