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시끄럽다. 국내에서 개발한 최신예 무기들이 잇따라 결함이 발견되고, 총포탄약 시험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군납 비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방개혁 실무를 책임질 국방개혁실장에 현직 교수인 민간인이 처음으로 임명됐다.
무기획득 비리를 척결하고 국방경영의 낡은 관행과 비효율에서 과감히 탈피해서 국방비의 효율적인 집행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민간인 국방개혁실장 임명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발족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바람직한 국방경영 개혁
그러나 국방개혁이 소리만 요란하거나 자칫 지엽적인 문제만 건드리는 용두사미식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비리 척결과 효율성 제고는 국방개혁의 출발선일 뿐이다. 개혁의 본질과 핵심은 군사전략과 군 구조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우리 군대를 미래지향적인 소수정예 과학군으로 바꾸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추진하고 있는 국방 정책의 모습은 이런 근본적 개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지난 정부에서 마련한'국방개혁 2020'에서 자꾸 후퇴하는 조짐이다. 2005년에 수립된 '국방개혁 2020'을 '국방개혁기본계획'으로 명칭을 바꿔 일부 수정했을 뿐만 아니라, 내년에 다시 전면적인 수정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소수 정예의 선진강군 육성 목표에서 후퇴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50만 명으로 줄이기로 계획된 병력감축 목표를 51만7,000명으로 다시 늘려놓았다. 당초 50만 명도 미래지향적 소수정예 과학군 목표에 비춰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군복무기간을 단계적으로 6개월 단축한다는 계획을 2개월 단축으로 재조정하려는 움직임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
병력감축이 국방개혁의 핵심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도한 병력을 유지하는 병력집약형 '대병력주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육군 중심의 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여 국방개혁의 핵심목표 가운데 하나인 육ㆍ해ㆍ공군 3군의 균형발전도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한미 동맹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국방개혁의 본질인 자주국방 정신을 훼손시키고 있다. 명분과 실익이 없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결정은 국방정책 후퇴의 또 다른 상징이다.
국방개혁은 한시라도 늦출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 국가마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군을 개혁하고 개편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심지어 세계 최강인 미국조차 군 조직을 혁신하고 군사전략을 개편하는 대대적인 '군사 변혁'(military transformation)을 진행 중이다. 반면 우리 군은 아직도 한국전쟁 직후의 군사전략과 군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군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국방정책 담당자 및 일부 군 지휘관들의 사고는 아직 변화의 대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군 구조 개편이 개혁 본질
그 동안 1988년의 '818 계획'을 비롯해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7차례에 걸쳐 국방개혁이 추진됐으나, 군 내부의 반발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지난 정부에서 '국방개혁기본법'을 만들어 국방개혁을 법제화했으나 새 정부 들어 그 본질과 내용이 크게 훼손되고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군 병력을 적정수준으로 감축하고 육ㆍ해ㆍ공군 3군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며, 국방부의 문민화를 통해 군의 문민통제도 강화해야 한다. 국방개혁은 군의 미래지향적 개편과 장기적인 국방정책 수립을 위한 시대적 요청이다. 여기에는 국방정책 담당자들의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군의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이 수반돼야 한다.
이철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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