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식 지음/ 아트북스 발행ㆍ232쪽ㆍ1만5,000원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신비로운 정경을 담아낸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
이 명곡은 일본 에도 시대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판화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에서 비롯됐다.
드뷔시뿐 아니라 반 고흐, 모네, 드가 등 유럽의 예술가들은 일본 도자기의 포장지로 바다를 건너온 풍속화 '우키요에(浮世繪)'의 대담한 구도와 강렬한 색채에 매혹당했고, 그것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에도 시대 개막과 함께 본격화된 우키요에는 본래는 값비싼 육필화로 출발했다. 하지만 목판화 기법이 발달하면서 대량 생산의 길을 걸었고, 요즘의 연예인 포스터나 브로마이드처럼 서민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가부키 배우나 유곽의 여인들을 그린 인물화, 은밀한 욕구에 부응한 춘화, 에도 안팎의 유명한 지역을 그린 풍경화 등 수요에 따라 내용도 천차만별이었다.
그러나 서양 문물이 일본에 유입되면서 내리막길을 걷던 중, 오히려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된 것이다.
책은 우키요에의 탄생부터 발달 과정, 다양한 형식과 기법, 유럽에 미친 영향 등을 쉽게 풀어간다.
10년 전 일본 여행에서 "현란하다 못해 요사스러운" 우키요에의 매력에 사로잡혀 학위논문 주제로까지 삼았다는 저자는 "우키요에는 단정하면서 현란하고, 저속하면서도 로맨틱한 팔색조 같은 장르"라고 요약한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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