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시립도서관 계약직 여직원이 계약만료를 앞두고 구의원에게 '돈 상자'를 전달하기 위해 아파트 경비실에 맡겼다가 집 호수를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청탁 사실이 들통났다.
24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남구 모 도서관 직원 A(52)씨는 지난 6일 오후 8시께 남구 M아파트 경비실에 찾아가 "'○○1호'에 사는 남구의회 B의원에게 전달해달라"며 사골 상자를 맡겼다.
4만6,000원짜리 사골 상자 안에는 현금 500만원이 들어있었다. 경비는 A씨의 부탁대로 '○○1호'에 전달했지만, 집 주인은 상자 안에 돈봉투를 발견하고는 이틀 후 "잘못 온 것 같다"며 경비실로 되돌려 보냈다.
경비실 측은 맡긴 사람의 연락처가 없자 상자를 그대로 보관했고, 2주 뒤인 21일 A씨가 나타났다. 그는 선물을 보낸 뒤 B의원으로부터 아무 반응이 없자 이상하게 여기고 경비실을 찾았다가 B의원이 '○○2호'에 산다는 것을 알고 "선물상자가 잘못 전달됐으니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경비실 측은 "상자의 주인이 A씨인지 확실치 않다"며 거부했다.
A씨는 경비실 직원과 한참 동안 승강이를 벌이다 결론이 나지 않자 이튿날 경비실 측과 함께 경찰서에 가 "돈 상자의 주인을 찾아달라"고 신고했다. A씨는 경찰에서 "집에 도둑이 자주 들어 방범대책을 세워달라는 뜻으로 B의원에게 돈을 건네려 했다"고 말했다. B의원은 "A씨를 알지도 못하고, 그가 왜 돈을 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데다 정황상 인사청탁 의도가 있다고 보고 A씨를 뇌물공여의사표시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실제 경찰은 12월 말로 6개월 근무계약이 끝나는 A씨가 지난달 평소 친분이 있는 남구의 한 동사무소 직원에게 "도서관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게 해달라"며 현금 500만원을 건넸다가 되돌려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의원에게 인사청탁을 목적으로 돈을 건네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A씨와 B의원의 통화내역을 조회해 인사청탁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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