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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586'이 된 '386'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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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586'이 된 '386' 세대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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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이 끝나가면서 2000년대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기사가 언론마다 넘친다. 또 새로 시작할 2010년대를 미리 내다보는 글도 쏟아진다. 이런 기사와 글을 읽으면서 한국의 '386세대'가 이제 50대에 들어서서 '586 세대'로 업그레이드(upgrade) 된다는 사실에 주목한 기사는 그리 많지 않다고 느꼈다.

이 586세대는 1980년대에 학생으로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섰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 붐을 주도했다. 이어 2000년대에는 조용하게 사회 발전을 이끄는데 자족하며 생활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586세대는 2010년대에 다시 새로운 사회 변화를 이룩하는 주역이 될 것으로 본다.

586세대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이다. 보통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전후 세대를 가리키는 베이비붐 세대는 나라마다 연령대가 조금씩 다르다.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1955년~1964년 태어난 900만 명을 말하지만, 1957년~1974년 사이에 태어난 약 1,800만 명으로 넓게 보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전체 인구의 36%에 달한다.

이 586세대는 일제의 억압과 전쟁과 피난을 모르는 첫 세대다. 베이비붐이 정점에 이른 1960년대 초 태어난 586세대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경제성장 속에 자라난 덕분에 앞선 세대의 물질적 궁핍을 겪지 않았다. 또 모두 좋은 교육을 받았다. 대학교육 혜택을 받은 비율도 선진국 못지 않게 높다. 특히 1974년 도입한 고교 평준화에 따라 입시 지옥에서도 상당히 해방된 세대다. 첫 번째 '선진국형'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과 베이비붐 세대는 닮은 점이 많다. 미국의 경우 1946년~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베이비붐 세대이다. 미국 인구의 26%를 차지한다. 미국 경제는 1950년~60년대에 꾸준한 성장을 이뤘다. 이에 따라 베이비붐 세대는 미국 중산층 사회의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고 이전 세대보다 교육을 잘 받고 대학에 많이 진학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공통점은 정치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의 586세대가 민주화를 이끈 것처럼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도 1960년대 반전 운동으로 베트남 철수를 이뤄냈다. 양쪽 모두 기성 세대에 불신이 많고, 과거의 계승보다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의욕이 강하다. 스스로 역사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고, 그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세대이다.

미국의 베이비붐은 한국보다 11년 일찍 시작했지만, 새해 정확히 586세대가 되는 한국의 1960년생을 기준으로 삼으면 14년 앞선다. 그래서 미국의 1995년~2005년의 정치사회적 변화에 비춰 한국의 2010년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눈에 뛰는 것은 정치의 보수화이다. 미국 공화당은 이 시기에 의회를 장악했고 같은 1946년생 베이비붐 세대인 클린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각기 중도와 보수적 정책을 폈다. 경제도 대체로 호황을 지속한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의 관심은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가족 부양에서 개인의 행복으로 옮겨졌다.

한국의 586세대는 어떨까?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와 마찬가지로 가족 부양에서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찾을 것이다. 이에 따라 생활 방식과 가치관도 한층 다양화할 것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을 계속하고 생활 수준이 선진국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 질 전망이고 보면, 정치에서도 진보나 개혁보다 보수적 정치가 오래 갈 가능성이 크다.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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