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문제와 미일 외교 불안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하토야마(鳩山) 일본 총리가 다수 국민이 사임하라면 물러나겠다며 처음 퇴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24일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자신의 전 비서 2명이 기소된 뒤 연 기자회견에서 "하토야마 그만 두라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은 경우는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끼고 있다"며 사임 여론이 거세지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또 "국민 다수가 (총리를)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기울어질 때 총리직을 계속하는 것은 국민에 폐를 끼치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어떤 일이 있어도 총리 자리를 내놓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하지만 "지금 책임을 다하는 길은 정치를 바꿔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그런 생각으로 (총리직을)계속해 나가겠다"며 당장 사임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가 일단락된 직후 하토야마 총리가 직접 의혹을 밝히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형식도 총리가 아닌 의원 신분으로, 장소도 이례적으로 호텔을 빌렸다. 하지만 의혹 해소는커녕 발뺌식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비판만 쏟아졌다.
하토야마 총리 자신은 기소를 면했지만 회계를 맡았던 비서들은 각각 정치자금 허위기재 등 혐의로 불구속ㆍ약식기소됐다. 그런데 하토야마 총리는 "믿었기 때문에 비서에 다 맡겼다" "부덕의 소치다" "주위 사람과 직접 돈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다"며 해명 아닌 해명으로 일관했다.
하토야마 총리가 2002년부터 자산가인 어머니에게서 받았다고 밝힌 액수는 총 12억6,000만엔(162억원). 개인 소액 기부금으로 허위 기재했던 이 돈을 증여로 정정하고 세금을 납부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