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도 세계에는 평화와 갈등이 혼재했다. 각국에서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경건한 행사가 이어지는 한편 총성도 끊이지 않았다.
24일 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성탄 자정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복도를 걸어가던 중 갑자기 뛰어든 여성 신자에 떠밀려 넘어지는 소동이 일어났다. 다행히 교황은 큰 부상을 입지 않았고 예정됐던 미사를 집전했다. 이 여성은 경찰조사에서"교황을 껴안고 싶었다"고 진술했는데, 지난해에도 성탄 자정 미사에서 교황에 접근하려다 경호원의 제지를 받았다.
예수 탄생지인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베들레헴에서도 기도와 총성이 뒤섞였다. 24일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천 명 순례객이 성탄 축제를 즐긴 지 불과 몇 시간 뒤 인근 유대인 정착촌에 사는 이스라엘인 1명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 무장세력은 언론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파타당을 지지하는 무장조직"이라고 밝혔다. 서안 지구에서 총격은 오랜만에 발생한 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 긴장하고 있다.
24일 이라크 전역에서는 마호메트의 손자 이맘 후세인의 전사를 기리는 시아파 기념일인 아슈라를 앞두고 폭탄테러가 잇따라 발생해 최소 26명이 사망했다. 이라크에서는 매년 이 맘 때면 시아파를 대상으로 한 수니파 무장세력의 테러가 기승을 부린다.
매일 같이 유혈테러가 벌어지는 현장에서도 평화를 비는 기도가 이어졌다. 바그다드의 소수의 기독교인들은 삼엄한 경비 속에 24일 정오에 미사를 진행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남서쪽으로 350㎞ 떨어진 고즈라 마을에서도 8월 무슬림의 약탈과 방화로 집을 잃은 기독교인들이 천막 캠프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들에게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라'는 협박 문자메시지가 전달됐던 터라, 이들은 예배 내내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마욘 화산 분출을 피해 대피한 필리핀 주민 4만7,000여명은 난민 보호소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대피 주민들은 이날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영화 상영, 콘서트 등의 행사를 즐기며 무사를 기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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