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예산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로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우려가 커지면서 정치권에서 타협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 모두 "협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인 데다가 한나라당 소장파들도 여야 협의처리를 요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여야의 예산안 협상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향후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
여야 협상론자들이 제시하는 중재안의 골자는 '대운하로 오해될 수 있는 사업 예산은 삭감하자'는 것이다. 협상을 통한 합의처리를 위해서는 대운하의 사전작업으로 오해 받지 않도록 보의 개수와 규모, 준설량까지 협상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 내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24일 시급하지 않은 강에 대한 완공시점 연장, 보 설치와 강바닥 준설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지난 17일 여야 중진 의원 12명이 제시한 절충안에 뜻을 같이한 셈이다. 권영진 민본21 간사는 "민주당 내 온건파가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도록 여당이 유연해져야 한다"면서 "민주당도 무조건 안 된다는 주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도 절충점을 찾기 위해 28일 회담을 갖는다.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전화통화에서 "여야가 늦어도 28일까지 독자적인 예산 수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예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또는 계수조정소위, 양당의 간담회 등 어떤 형식으로든 접점을 찾기 위한 '끝장토론'을 갖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당의 예산 수정안이 나오면 막판 절충을 시도하겠다는 취지다.
여야는 성탄절에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과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비공식 접촉을 가졌다. 하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예산안 연내 처리를 위해 각각 회의를 열어 수정안 마련에 나서는 등 자체 심사에 박차를 가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대운하가 아니며, 앞으로도 대운하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여야 공동선언이나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준예산 편성 사태 등 파국을 막기 위해 여야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동시에 여야가 타협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김 의장의 제안은 대운하 예산을 정부안대로 무조건 통과시키자는 것에 불과하다"며 부정적 자세를 취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사진=원유헌기자 youhoney@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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