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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진 별/ 우리 곁서 홀연히… 비애·상실의 한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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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진 별/ 우리 곁서 홀연히… 비애·상실의 한 해가 진다

입력
2009.12.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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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큰 인물들이 유난히 많이 세상을 떠났다.

한 시대를 마감하는 거목의 순명(順命)이 장중했는가 하면, 온 국민을 비탄과 충격으로 몰아넣은 안타까운 죽음도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은 가장 충격적인 죽음이었다. 2002년 대통령으로 당선돼 지역주의 타파와 권위주의 청산에 힘썼지만, 2004년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소추를 당하는 등 그의 삶은 최고의 자리에서도 투쟁으로 점철됐다.

퇴임 후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했으나 가족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5월23일 자택 뒷산에서 투신했다. 향년 63세.

노 전 대통령 타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정치의 거목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8월18일 85세로 서거했다.

평생을 민주화 투쟁과 인권 신장, 민족 통일에 헌신한 고인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3김 시대'를 고인과 함께 풍미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고인의 빈소를 찾아 화해의 뜻을 밝혔다.

2월16일엔 김수환 추기경이 87세로 선종했다. 한국인 최초의 추기경일 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 역사 속에서 '양심의 거인'으로 우뚝 선 고인의 선종은 지표를 잃고 표류하는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영혼을 새삼 일깨웠다.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을 맡아 97년 대선에서 DJP(김대중 김종필) 연합을 이끌어낸 조세형 민주당 상임고문이 6월17일 78세로 별세했다.

이어 7월27일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이 타계했고, 3개월 후인 10월31일엔 유신시대를 대표하는 권력자로 김일성과 만나 '7·4 남북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85세로 삶을 마감했다.

재계에서는 '비운의 기업인'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이 3월29일 88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80년대 국제그룹을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려놨지만, 당시 전두환 정권과의 불화설에 이어 그룹이 해체되는 좌절을 겪었다.

지난 11월4일엔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향년 72세. 2005년 두산그룹 '형제의 난'으로 두산가(家)에서 제명된 뒤 성지건설을 인수해 재기를 모색하던 그의 죽음은 '부자들의 비극'을 새삼 환기했다.

문화ㆍ스포츠계 스타들도 긴 꼬리를 남기고 스러졌다. 56년부터 '오발탄', '아낌없이 주련다' 등 40여 편의 영화를 연출한 거장 유현목 감독이 6월28일 84세로 타계했다.

영화 '국화꽃 향기' 등을 통해 톱스타로 부상했던 배우 장진영은 위암 투병 끝에 9월1일 37세의 젊은 나이로 불굴의 열정을 남긴 채 하늘나라로 갔다.

신장암을 극복하고 활발하게 연기활동을 하던 탤런트 여운계는 암이 폐로 전이돼 5월22일 6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29세 신인 탤런트 장자연의 자살은 고인이 기획사로부터 잠자리를 강요 받고 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문건이 공개돼 큰 파문을 몰고 왔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의 급서도 아쉬웠다. 영원한 챔피언으로서 유쾌한 삶의 모습과 모험적인 도전으로 국민을 즐겁게 했던 그는 내년에 수영으로 대한해협을 건너겠다며 기염을 토했으나 8월4일 심근경색으로 57세에 타계했다.

인생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 더욱 찬란한 것일까. 히말라야 8,000m급 11좌 등정에 성공하고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14좌 등정에 도전하던 산악인 고미영은 7월 11일 낭가파르밧에서 하산하던 중 실족해 42세의 나이로 청춘을 산에 묻었다.

문단에선 한국전쟁 당시 목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순교자> 를 쓴 재미소설가 김은국이 6월23일 77세로 생을 마감했다.

음악계에서는 작곡가 김동진이 '가고파', '목련화' 등 주옥 같은 가곡을 남기고 7월31일 96세로 별세했다. 또 가곡 '명태'의 영원한 바리톤 오현명은 6월24일 85세로 세상을 떠났다.

미술계 인사들의 별세 소식도 잇따랐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화가 이성자와 매듭회화 작가 신성희가 각각 3월 9일과 10월 17일 사망했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석남 이경성은 11월 26일 타계했다.

학계에선 헌법학자 권영성 서울대 명예교수가 10월6일 75세로 별세했고, 장애를 딛고 훈훈한 수필로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던 영문학자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5월9일 척추암으로 57세의 나이에 타계했다.

해외인물 중에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6월25일 50살의 나이에 갑자기 숨져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사인은 마취제와 진정제 과다투약에 따른 것으로 추정됐다. 69년 형제들과 '잭슨 파이브'를 결성해 데뷔했고, 이후 '빌리 진', '비트 잇'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그는 전설이 됐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막내동생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8월25일 뇌종양 투병 끝에 77세를 일기로 타계해 정치 명가 케네디 가문 1세대의 막을 내렸다.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은 8월1일 결장암으로 76세로 숨졌다. 고인은 남편이 암살된 뒤 가정주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피플 파워'민주화 운동에 의해 대통령이 됐다.

'현대 인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슬픈 열대> 등의 저서를 남기고 10월30일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또 고전학파의 미시적 시장균형 이론과 케인즈의 거시경제정책론을 접목시켜 신고전파 이론을 확립한 미국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은 12월13일 94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성시영 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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