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의 건강보험 개혁안이 한달 가까이 진통을 거듭한 끝에 24일(현지시간) 마침내 확정됐다.
상원은 이날 오전 본회의 표결을 통해 개혁안을 찬성 60표 대 반대 39표로통과시켰다. 이로써 상원은 지난달 7일 개혁안을 통과시킨 하원과 단일안 도출을 위한 법안 조정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단일안 협상은 내년 1월 또는 2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월말 국정연설 이전 단일안이 의회를 최종 통과해 서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두 개혁안이 핵심내용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단일안 마련이 조기에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승리
상원이 크리스마스 전날 본회의를 연 것은 1963년 베트남전 관련 해외원조 방안을 처리한 이후 46년만이다. 백악관과 민주당이 개혁안 통과에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23일 하와이로 떠나려던 일정까지 연기한 채 상원 표결을 끝까지 독려하며 지켜봤다.
미 언론들은 "상원안 확정으로 건보개혁이 70여년만에 현실화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후 가장 큰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1965년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가 도입된 이후 가장 혁신적인 변화"라고 전했다.
건보개혁은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실패한 이후 역대 정권에서 핵심공약으로 제기됐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건보개혁실패 후유증으로 1994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어떤 내용 담았나
상원안은 과거 병력을 이유로 보험업체가 가입을 거부하거나, 더 비싸게 보험료를 물리지 못하도록 했다. 또 저소득층에게는 정부가 보험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상원은 3,100만명이 새롭게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상원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10년 간 1,3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의료비용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견해에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원과의 협상은 험난할 듯
상원과 하원이 첨예하게 이견을 보이는 것은 '퍼블릭옵션(공공보험)' 채택여부이다. 상원안은 퍼블릭옵션을 제외하고, 대안으로 제시됐던 메디케어 확대도 삭제해 오바마 대통령이 구상했던 원안에서 상당히 후퇴했다. 반면 진보세력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된 하원안은 퍼블릭옵션이 개혁안의 핵심조항이다.
또 보험혜택 확대범위와 정부 지원규모도 상원안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상원 민주당은 퍼블릭 옵션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보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점에서는 공화당과 같은 보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하원 민주당은 "퍼블릭옵션이 빠진 건보개혁은 이름뿐인 개혁"이라며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조율이 쉽지 않다. 상원 민주당 지도부는 "단일안이 상원안과 유사하지 않을 경우 의회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상하원의 개혁안 도출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공화당도 단일안 협상과정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의회 통과를 막겠다는 각오이다. 공화당은 건보개혁안의 위헌적 요소를 들어 법적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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