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축구는 '아우들의 희망가'로 넘쳐났다.
아시아의 맹주였던 청소년대표팀은 국제대회만 나가면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절감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 20세 이하 대표팀과 17세 이하 대표팀은 2년 마다 열리는 청소년월드컵에서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내며 한국축구의 매서운 맛을 널리 알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20세 이하 대표팀이 18년 만에 대회 8강 쾌거로 희망가를 부르자 뒤이어 17세 이하 대표팀도 22년 만에 8강에 진출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예상치 못한 '홍명보호'의 선전은 팬들을 흥분시켰다. 기성용(셀틱)의 합류가 불발되면서 특출 난 스타가 없다는 이유로 대회 전까지만 해도 '홍명보호'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홍 감독은 조직력을 앞세워 팀을 하나로 만들었고, 대학선수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로 시너지 효과를 불러왔다.
지난 9월 개막된 이집트월드컵에서 한국은 카메룬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0-2 패배에도 불구하고 독일(1-1 무)과 미국(3-0 승)을 상대로 1승1무를 거두며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분위기를 탄 20세 이하 대표팀은 16강에서 파라과이에 3-0 완승을 거둬 1983년 멕시코월드컵 4강 신화 재현 분위기까지 무르익었다. 비록 가나와 8강에서 2-3으로 패하긴 했지만 끈질긴 승부 근성을 보여줘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바통을 이어 받은 17세 이하 대표팀도 10월 말 나이지리아월드컵에서 승전보를 잇따라 전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출발부터 상쾌했다. 1차전 우루과이를 3-1로 꺾은 한국은 이탈리아에 1-2로 덜미가 잡혔지만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에서 알제리를 2-0으로 제압하며 16강에 진출했다. 멕시코와 16강전에서는 1-1 동점 후 승부차기 접전까지 가는 끝에 5-3으로 승리해 휘파람을 불었다. 개최국 나이지리아에 1-3으로 아쉽게 무릎을 꿇어 4강 진출이 무산됐지만 젊은 피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대회였다.
세계대회에서 '아우'들의 성과는 연령별 대표팀의 전임 감독제 시스템이 토대가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0년 전부터 연령별 대표팀 체제를 구축했고, 결국 이는 젊은 선수들의 효율적인 기량 발전으로 이어지는 결실을 맺게 됐다. 한국축구의 차세대 기대주로 꼽히는 영건들도 대거 출현했다. 20세 이하 대표팀의 구자철(제주), 김민우 등은 A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허정무 감독에게도 눈도장을 받았다. 또 '이광종호'의 손흥민과 이종호(광양제철고)도 '특급고교생'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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