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케이블 채널 22개, CJ 미디어 왕국으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케이블 채널 22개, CJ 미디어 왕국으로

입력
2009.12.28 00:32
0 0

CJ그룹이 종합미디어왕국의 기틀을 놓았다. 1, 2위를 다투던 최대경쟁자를 복속시키면서 케이블(유료)방송의 절대강자로 떠올라 지상파방송을 위협하게 된 것. 미디어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CJ그룹 계열인 CJ오쇼핑은 ㈜오리온과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온미디어의 지분 55.2%를 4,345억원(CJ오쇼핑 보유현금+외부 차입)에 인수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로써 CJ그룹은 지주회사 우산 아래 CJ미디어, 엠넷미디어, CJ오쇼핑(계열사로 CJ헬로비전+온미디어) 등 미디어부문과 CJ엔터테인먼트, CJCGV 등 엔터테인먼트부문을 두루 갖추게 된다.

온미디어는 OCN(영화), 온스타일(여성), 투니버스(애니메이션), 바둑TV 등 다양한 장르의 10개 채널을 보유한 대형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이자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다.

유선방송사업자(SO)가 PP(Program Provider)에게 프로그램을 받아 방송하는 식인데, 대형업체들은 앞에 'M'(Multi)을 붙인다. 지난해 온미디어는 시청률 기준 PP 업계 2위(1위는 CJ미디어), 유선방송 가입자수(56만명)는 6위 수준이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온미디어가) 2007년까지는 1위를 달렸지만 인터넷TV(IPTV) 등 미디어환경이 바뀌면서 수익성이 약해졌다"라며 "제과부문 해외사업과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매각했다"고 말했다.

온미디어는 2007년까지 매년 23%이상 성장(수익률은 40%대)했으나 2008년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수익 저조, 환율 상승에 따른 콘텐츠 수급비용 상승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간 CJ에게 온미디어는 버거운 경쟁상대였다. CJ의 대표채널 tvN과 음악채널(m.net, KMTV)은 늘 앞섰지만 영화 여성 애니메이션 장르는 온미디어에 밀리거나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그러나 CJ는 이번에 숙적을 품으면서 경쟁구도를 청산하고 몸집까지 불려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미디어 빅뱅'(종합편성채널 등장 등)에 적극 대처할 힘을 비축했다.

무엇보다 CJ그룹은 유료채널시장을 장악했다. 기존 CJ계열의 채널 12개(CJ미디어 9개, 엠넷미디어 2개, CJ오쇼핑 1개)에 온미디어 채널을 더하면 22개가 된다.

시청점유율이 50%이상인 지상파 3사가 거느린 케이블채널 수(19개)보다 많다. 통합CJ의 시청점유율은 30%안팎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에선 "지상파를 대적할 유일한 곳은 온미디어를 편입한 CJ그룹이 될 것"이라고 평한다.

가입자 300만 시대도 열린다. CJ헬로비전(260만명)과 온미디어 계열(56만명)을 합쳐 32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1위 티브로드(약 350만명)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MSO가 된다.

CJ의 일차적인 목표는 홈쇼핑사업 위상 강화다. 온미디어는 TV홈쇼핑의 주 고객인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채널을 다수 보유(온스타일, 스토리온 등)하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해선 CJ오쇼핑 대표는 "미디어에 쇼핑을 접목한 컨버전스(융합)모델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간다는 전략에서 인수를 추진했다"고 했다. 융합모델은 미국 등 세계적인 추세라는 설명도 따랐다.

그러나 장기목표는 원대하다. 유료채널의 절대강자로 거듭나면 다른 SO나 IPTV, 위성방송 등 방송망을 지닌 플랫폼사업자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CJ 관계자는 "SO의 지위를 굳히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효율성 및 인적자원, 운영 역량을 키워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SO와 PP의 연계모델(MSP=MSO+MPP)을 구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종합미디어왕국 CJ의 출현은 우선 열악한 국내 콘텐츠 시장에 자극이 된다. 온미디어와 중복된 영화 여성 채널들을 정리, 구조조정 한 뒤 역량을 콘텐츠 다양화와 질 개선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콘텐츠는 초기 콘텐츠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종합편성채널 시대에 막강한 경쟁력이 된다.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노리는 업체와 기존 업체들간의 인수합병(M&A) 열풍도 점쳐진다.

더 나아가 글로벌미디어제국도 꿈꾼다. CJ는 시청잠재인구가 1억은 돼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는 판단아래 해외진출에도 힘을 쏟아왔다. CJ미디어는 현재 일본(CJ미디어재팬)과 대만 홍콩(tvN아시아) 등에 10만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다음달 필리핀에 입성하는 tvN아시아는 동남아 8개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CJ계열사 관계자는 "채널은 늘렸지만 시청률은 지상파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라 온미디어 인수로 비축된 힘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시장에서도 CJ의 온미디어 인수를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구창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쟁에서 협조체제로 바뀌는 거라 해외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사오는 가격도 싸질 것이고, 광고단가도 올라가는 효과를 누리게 돼 미디어왕국막?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두 가지가 걸린다. 구 연구원은 "CJ오쇼핑 입장에선 인수가격이 싼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재무적인 부담을 어떻게 줄일까가 관건"이라고 했다.

독과점 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신고 전이지만 한 업체의 점유율이 30%이상이거나 상위 3사가 75%이상일 때 진입장벽, 관련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경쟁제한성 여부를 집중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