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예산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27일 예산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의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는 등 예산안과 노동관계법을 둘러싼 연말 정국이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정운찬 총리가 28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예산안 협상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그 자리에서 타협안을 마련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여야가 앞으로 4일 사이에 예산안과 노동관계법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여야간 정면충돌이라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한나라당도 단독 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준예산이 편성되고, 기존의 노조법이 시행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김 의장은 이날 '예산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장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통해 "예산안은 연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여야가 연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과 당 대표,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공동으로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예산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못하면 국회의 기능이 정지됐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회가 국가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의 입장 표명은 여야 지도부를 향해 '초유의 준예산 집행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비상한 각오로 협상에 임해 타협점을 찾으라'는 압박성 주문을 한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 김 의장 주선으로 양당 원내대표 회담을 가졌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은 정부 예산으로 돌려 내년 2월 추경에서 논의하고 보의 수와 준설량 등을 줄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는 4대강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본질을 훼손하는 예산 삭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은 이날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만찬 모임을 갖고 예산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여야는 28일 원내대표 회담을 다시 개최하는 한편 각각 자체 예산 수정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노동관계법 타협안 도출을 위한 노사정 8인 연석회의가 26일 마라톤 협상 끝에 결렬된 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막판 절충에 들어갔다.
정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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