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파업을 반복했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24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회사 측과 합의안 입금 및 단체 협상 잠정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2만6,290명(62.21%), 반대 1만5,801명(37.39%). 이로써 1987년 현대차 노조가 생긴 이후 2번째, 94년 이후 15년 만에 파업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특히 올해 노사합의안은 기본급까지 올리지 않는 임금동결을 핵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는 남다르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이다. 임금 동결은 1987년 현대차 노조가 생긴 이후 처음이다.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두고 벌인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건 금융 위기가 가져 온 경기 침체로 임금 동결이라는 사회 분위기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노조 위원장)도 "삼성, 포스코, 현대중공업, LG 등 주요 상장그룹이 많은 순이익을 남겼음에도 모두 임금을 동결했다"라며 "결코 우리 뜻만 몰아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노조 집행부뿐만 아니라 조합원들도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현대차만 임금을 올리려고 시도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데 공감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기업으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노사의 공감대가 없었다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평가이다.
아울러 15년 만에 집행부를 탈환한 이 지부장이 임단협을 통해 이끌어 낸 임금 총액에 대해 조합원이 만족했기 때문에 가결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대차노조는 대자보 홍보를 통해 올해 임단협 합의안을 통해 1인당 1,700만원 이상 수준의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성과급과 일시금 등 임금 성격이 강한 인센티브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이는 같은 울산에 위치, 늘 비교대상이 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인센티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금액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 지부장이 선거 당시 '현대중공업의 벽을 넘겠다'는 공약을 지켜낸 데 대해 조합원도 마음을 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노조 집행부의 중도 사퇴로 인해 5개월 넘게 미뤄진 임단협이 반드시 연내에 타결되기를 희망하는 조합원의 기대도 한몫 했다. 찬반투표로 합의안이 부결되면 연내 타결은 물거품이 되고 연말 보너스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노사합의를 통해 현대차가 추가로 얻은 점도 많다. 우선 파업부터 하고 보자는 관행에서 벗어나 노사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론을 냈다는 점이다. 이는 노사문화 발전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국내외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노사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장규호 노조 대변인도 "노사가 신뢰를 쌓아가는 첫발을 내딛는 단계가 됐다"라고 말했다.
파업 없이 협상을 끝내면서 적기에 신차 출시를 고대하는 고객에게 계획대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큰 수확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정착될 때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복수노조 허용 때 노조전임자 무임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사측과 전임자 무임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조측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
기본급 동결 대신 사상 최고의 성과급(인센티브)을 얻어낸 노조가 향후 협상에서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사측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또 다른 숙제로 남게 됐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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