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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 듣기 50%로 확대, 사교육만 키울라"/ 학부모 '한숨' 학원가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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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 듣기 50%로 확대, 사교육만 키울라"/ 학부모 '한숨' 학원가 '환호'

입력
2009.12.2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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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외국어(영어) 영역 듣기평가 비중을 50%로 크게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교육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수능 듣기평가를 강화하면 학생들의 영어 학습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사교육을 더 늘리게 될 것"이라며 우려 섞인 반응이 많았으나, 영어 학원들은 벌써부터 듣기평가 확대에 대비해 별도 음향시설 설치를 준비하는 등 바빠졌다.

교사들은 수능 듣기평가 비중 강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서울 풍문여고 영어교사 A씨는 "현행 영어교과서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능력을 균형되게 하도록 만들어졌는데, 시험비중은 듣기만 50%까지 늘리게되면 영어교육이 파행을 빚게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 영어교사 B씨도 "영어 듣기평가 확대와 실용영어 강화가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용영어 교육을 강화하려면 듣기평가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교과부 논리는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이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고2 아들을 둔 김모(47ㆍ서울 송파구)씨는 "수능에서 듣기평가 비율을 50%로 높이는 것은 아이들에게 매주 인기 미드(미국드라마)를 한 편씩 보게 한다는 것보다도 실용영어 교육 측면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오히려 관련 사교육만 늘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찬성 입장이 많았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은 "듣기평가 비중 확대는 일단 찬성하지만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다면 또 다른 사교육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실용영어 부분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되며, 일선 학교들은 이에 맞춰 듣기시설을 설치하는 등 세부 사항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시장은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인터넷 강의 업체인 비타에듀 관계자는 "듣기평가 비중 확대 소식을 접한 뒤 팀장급 단위로 정보 및 의견교환을 시작했다"며 "이번 정책이 확정될 경우 중학교 영어시장을 중심으로 영어 사교육 시장이 최소 30% 정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능 듣기평가 비중 확대가 사교육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서울 압구정동에 영어학원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최모씨는 "듣기평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을 게 확실해 음향시설을 따로 설치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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