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함을 친 백원우 민주당 의원을 낯선 형법 조항을 끄집어 내 기소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오정돈)는 올해 5월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 대통령에게 "사죄하라"며 항의한 백 의원을 장례식 방해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국민의병단' 소속 전모씨는 영결식 직후 백 의원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백 의원은 5월 29일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 대통령이 헌화를 하려고 일어서자, "여기가 어디라고… 이명박 대통령, 사죄하시오"라고 외치다 경호원에게 입이 틀어 막힌 채 끌려나갔다.
검찰은 백 의원에 대해 '장례식, 제사, 예배 또는 설교를 방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법 제158조를 적용했다. 2005년부터 장례식 방해 혐의로 처리된 사건은 2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대통령 면전에서 소동을 일으킨 야당 의원에게 거의 쓰이지 않는 형법 조항으로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유족이나 장례위원회가 문제삼지 않은 행동을 보수 시민단체 회원의 고발만으로 기소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한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기소 경위에는 논란이 있겠지만 법 조항만 놓고 보면 범죄 구성요건이 성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 의원은 "검찰이 연내에 사건을 마무리하자고 해 조사에 응했는데 기소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나의 항의가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정식재판을 청구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당시 나는 장례위원으로 상주나 유족과 다름 없었는데 어떻게 장례를 방해할 수 있냐"며 " 이 대통령은 상주도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장례 방해 혐의는 1987년 5공화국 검찰이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씨의 사인 규명에 나선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할 때 노동법상 제3자 개입 금지 혐의와 함께 적용했던 조항이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정재성 변호사는 "당시 구속영장에 장례 방해 혐의가 포함돼 있었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유족들은 백 의원의 행동을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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