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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 이대로는 안된다] <2> 프로-아마 해묵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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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 이대로는 안된다] <2> 프로-아마 해묵은 갈등

입력
2009.12.2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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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대한농구협회(KBA)도, 한국농구연맹(KBL)도 모두 필요 없다. 차라리 두 기구를 통합해 농구 발전의 큰 틀을 만들어야 한다."

대표팀이 지난 8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7위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손에 쥔 뒤, 한 농구관계자가 분통을 터뜨리며 내뱉은 말이다.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인자'임을 자처했던 한국농구로서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한국 남자농구를 아시아의 변방으로 밀어낸 것은 KBA와 KBL의 공동책임이라는 게 농구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른바 아마추어(KBA)와 프로농구(KBL)의 수장이 따로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두 단체의 마찰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당시부터 프로화를 주장한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의 갈등은 존재해 왔다. 그러나 비농구인이 KBL 총재를 맡은 5년여 전부터 두 단체의 갈등은 극대화됐다.

KBA와 KBL은 국가대표팀 운영방안, 지원금 규모와 사용처 등을 두고 끝없는 반목과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 KBA는 KBL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KBL은 KBA의 행정적 무능력을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모 구단 관계자는 23일 "프로농구 초창기에는 그나마 대화의 창구가 있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한다.

'톈진 참사' 역시 대표팀 감독 선임과 선수 선발 과정에서 끊임없는 잡음이 흘러나왔던 만큼 예견된 결과였다. 사실상 대표팀 운영비를 모두 부담하는 KBL은 운영권마저도 원했고, KBA는 자신들의 고유권한을 KBL이 침해한다고 맞섰다. 대회를 마친 뒤 "KBL에서 주도한 이번 대표팀의 참패를 지켜보며 은근히 고소해하는 협회 원로들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현실은 한국농구가 처한 심각한 상황을 방증하고 있다.

"KBA나 KBL 모두 농구 발전을 위한 근본적 노력은 잊고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돼있다"는 날카로운 비판에 두 단체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자본과 조직력을 갖춘 KBL은 프로농구만이 아닌 한국농구 전체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 KBA 역시 일부 인맥이 협회 운영을 주도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KBL과의 건설적 공생을 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농구인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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