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일상적인 삶이 궤도를 이탈하거나 균형에서 벗어나면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인간심리에 뿌리박힌 이른바 '생각의 관성' 탓이다. 그래서 균형이나 평균에서 벗어나면 언젠가 다시 균형을 회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경제 사이클을 보는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호황 때의 거품이 꺼져 불황이 엄습해도, 시간이 지나면 '평온하고 행복했던 옛날(good old days)'이 도래하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대개 착각이다. 충격 이후 우리가 맞는 세상은 예전에 익숙했던 곳이 아니다. '뉴 노멀(new normalㆍ새 기준)'을 향한 전혀 새로운 여정이다.
▦이 말을 처음 고안한 사람은 미국 벤처캐피탈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로저 맥나미다. 2003년 그는 동명의 저서에서 '올드 노멀'과 대비되는, 새로운 기준이 일상화되는 미래의 모습을 전망하며 예전보다 위험은 더 많지만 기회도 훨씬 넓어지는 시대 특성을 그려냈다. 그러나 요즘 경제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뉴 노멀'의 개념을 체계화하고 확산한 사람은 세계적 채권투자회사 핌코의 CEO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이다. 2008년 출간돼 각계의 찬사를 받은 <새로운 부의 탄생(원제 when markets collide)> 은 그의 명성을 재확인시킨 책이다. 새로운>
▦ 그에게 뉴 노멀은 2002~2006년의 태평성대를 표현하는 올드 노멀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위기 이후의 세상이 나아갈 새로운 목적지를 뜻한다. 그는 특히 이번 위기의 진원지가 과거와 달리 중심부라는 점에 주목하며 뉴 노멀이 지배할 세계 경제는 미국 일극의 고성장에서 다극체제의 저성장 이행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 세부적 특징은 △신흥국 위상 급부상 △성장률 둔화 및 실업 증가 △글로벌 불균형 해소 △정부 개입 및 역할 강화 △달러 기축통화서 다축통화로 전환 △금융감독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 에리언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겠지만, 변화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올바로 대비한다면 '어둠 끝에서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듯'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탐험의 여정은 험난하고 낯설고 고단할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주요 상장사의 매출이 20% 이상 늘었으나 고용은 되레 줄었다는 뉴스는 그 단초다. 저성장-저고용이 뉴 노멀의 특징인데 그 성장마저도 고용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위기 이후를 지배할 패러다임의 변화를 정부는 잘 읽고 있을까.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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