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별들이 지다
별들이 진 한 해였다.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어두웠던 시대 등불 같은 역할을 했던 세 사람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항상 소외된 사람 편에 섰던 김 추기경은 온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였다. 두 전직 대통령은 권위주의정권에 저항하면서 민주화와 개혁,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앞장 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도 생겼다.
온 국민은 2월16일 선종한 김 추기경에 애도를 표했다. 통장 하나 없이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청빈의 삶 그 자체였다. 5월23일엔 박연차게이트 연루설로 검찰 조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 고향 마을에 있는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했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로 대표되는 연민이 끓어올랐다. 8월18일에는 김 전 대통령이 지병 악화로 세상을 떴다. 야권의 두 축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김 전 대통령 국장은 통합과 화합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2.신종플루 사상 최대 예방접종…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5월 2일 첫 확진 환자와 함께 국내에 상륙한 신종플루는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서 11월 초 정점에 달했다. 하루 감염자가 1만명을 넘어서는 등 무섭게 번져나가는 신종플루에 맞서 정부는 국가전염병대응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앙재난대책본부를 발족했으며, 전 국민의 39%를 대상으로 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가 예방접종 사업도 실시했다.
3.세종시·4대강 갈등 또 갈등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하반기 정국을 뒤덮은 빅이슈였다. 세종시 논란은 정운찬 총리가 9월 내정 직후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촉발됐고, 야당과 충청권의 반발로 격화했다. 한나라당 친박계도 반대해 여권 내 갈등으로도 비화했다. 내년 1월 정부의 세종시 최종 수정안이 나온 뒤에도 갈등은 불가피하다. 4대강 사업은 야당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논란이 지속됐다. 이 사업 규모를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여 연말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됐다. 2012년 사업 마무리 시점까지 논란은 이어질 것이다.
4.눈물 마르지 않는 용산 참사
1월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재개발구역 내 상가 건물을 점거한 철거민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졌다. 적정 보상을 둘러싼 세입자와 재개발조합의 해묵은 갈등, 이를 방치해온 정부의 안이함이 빚은 참사였다. 유족 측은 11개월째 장례를 미루고 정부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총리까지 나선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참사 책임이 철거민에 있다는 1심 판결에도 불구, 경찰 과잉 진압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5.김연아, 올 최고 히트 상품
'피겨 여왕' 김연아(19)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 등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세계선수권(3월)에서 여자로는 최초로 200점을 돌파하는 등 세계기록(210.03점)을 연거푸 갈아치운 김연아는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와 함께 내년 2월 열리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1순위로 자리매김했다. 휴대폰, 에어컨, 화장품 등 김연아가 CF를 찍은 상품은 날개가 돋친 듯 팔려 김연아는 2009년 최고 히트 상품으로도 손꼽혔다.
6.北후계설·핵실험에 안보 격동
올 한 해 북한은 북미 및 남북관계 구도를 흔드는 데 몰두했다. 한반도 안보지형은 격동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5월 2차 핵실험 등 도발 카드를 꺼냈다.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 후계설이 불거졌다. 11월에는 화폐개혁 조치로 혼란이 거듭됐다.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방북으로 북미관계엔 숨통이 트였으나 김 위원장 건강 문제 등으로 북한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7.헌재 본론·결론 달랐던 미디어법
미디어 관련 법안 3건이 7월22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됐다. 야당들은 대리투표, 재투표 문제를 걸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10월29일 야당 의원들의 권한 침해는 인정하면서도 미디어법 무효 청구는 기각한다고 결정해 미디어법이 11월1일부터 발효됐다. 이에 민주당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이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 국회에서 농성을 벌였고 민주당은 12월18일 또 다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등 논란이 계속됐다.
8.인면수심 강호순·조두순에 경악
상반기엔 연쇄살인범 강호순, 하반기엔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인면수심의 범죄 행각으로 세상을 경악시켰다. 경기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 8명을 납치ㆍ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내려 부인과 장모를 방화 살해한 강호순은 지난 7월 사형 확정 이후에도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다고 한다. 8세 여야에게 영구 장애를 입힌 조두순이 징역 12년형을 받자 '형량이 너무 낮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피?아동에게 6차례나 진술을 반복하는 고통을 준 수사기관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9.G20 정상회의 내년 서울 유치
내년 11월 제5차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지난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G20은 금융위기 이후 국제공조의 필요성으로 기존의 G7이나 G8을 대체하는 전세계 최고 연례협의체로 등장했다. G20 참여국 인구는 전세계의 3분의 2, GDP는 85%를 각각 차지한다. 한국은 신흥국 중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영예를 안아 외교사적 쾌거는 물론 국격 제고의 기회로도 의미가 깊다.
10.나로호 발사 실패 '절반의 성공'
8월 25일 우주로 날아오른 한국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Ⅰ)가 안타깝게도 임무 완수에 실패했다.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를 덮고 있던 2개의 페어링 중 하나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위성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나로호발사조사위원회가 페어링 분리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결과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발표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러시아와 협의를 거쳐 2010년 상반기 나로호의 2차 발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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