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야하게 입는 것 허용해주세요."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복장의 자유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속옷을 드러낸 헐렁한 바지, 짧은 치마, 피어싱 등을 금지하는 학칙을 제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프랑스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복장규제를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시작은 파리 남쪽 에손느 지역 지오프로이-생-일레르 고등학교다. 이 학교 학생들은 최근 이틀 동안 단체로 짧은 옷을 입고 등교했다. 새로 부임한 교장이 무릎 위로 올라가는 바지나 치마를 금지한 것에 대해 집단 반발한 것이다. 지롱드 지역 콘도세 아르카숑 고등학교 학생들 200여명도 중심가에서 시위를 벌이며 "우리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지 감옥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시위가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자유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짧은 옷 입고 등교하는 시위를 기획한 레아 데디웨(17) 양은 "실제로 미니스커트 등 야한 옷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한데 학칙을 제정했다"고 비판했다. 반발이 심해지자 일부 학교에서는 부적절한 옷을 입은 학생을 개별적으로 지도하거나, 속옷이 보이는 헐렁한 바지를 입은 학생에게 "멜빵을 주겠다"고 밝힌 학교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회학자 미쉘 파이즈는 인디펜던트에 "TV만 켜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는데, 어떻게 여학생들이 어깨를 훤히 드러냈다고 제재할 수 있겠는가"라며 미디어와 사회에 책임을 돌렸다.
한편, 생-일레르 고등학교에서는 복장 규제 외에 학교장이 이성친구간 접촉을 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학생들은 '키스의 날'을 정해 시위를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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