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테러 이후 8년간 행방이 묘연해 사망설까지 제기됐던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부인과 자녀들이 9.11 이후 지금까지 이란의 비밀장소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9ㆍ11 테러 1년 전인 2000년 아버지 오사마 빈 라덴의 폭력노선에 반발해 알카에다와 결별한 후 현재 이집트에 거주하고 있는 넷째 아들 오마르(29)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아내 중 한 명과 9명의 아들 중 6명, 11명의 손자 등이 9ㆍ11 직전 아프가니스탄 캠프를 떠나 걸어서 이란 국경을 넘었으며 지금까지 테헤란 외곽의 경계가 삼엄한 비밀 장소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그는 "11월까지 형제들과 연락이 있었으나 그 이후 상황은 모른다"고 덧붙였다. 높은 담이 둘러싸인 곳에 거주하는 이들 가족은 가끔 생필품 구입 때를 제외하고는 철저히 외출을 통제 받고 있다.
이란 거주 가족 중에는 알 카에다 2인자라는 관측이 나돌았던 넷째 무하마드도 포함돼 있으며, 미군의 폭격으로 18개월 전 숨진 것으로 알려졌던 셋째 사드는 1년 전 모친을 찾겠다며 거주지에서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르는 "우리 가족들도 9ㆍ11의 피해자들 중 하나라며 단지 함께 모여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9ㆍ11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은 가슴이 아프겠지만, 우리 가족들은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았으며, 단지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정규교육도 받지 못하는 등 희생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는 "시아파가 대다수인 이란이 수니파 빈 라덴의 가족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향후 아프간,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미국 등을 상대로 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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